참여정부와 역대 정권과의 차별성을 따진다면 우선 '지방분권'을 들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2월 대선에서 70년대 3공화국 이후 누구도 꺼내지 못했던 '행정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거는 승부수를 던졌고 '지방분권 실천'을 약속하는 대국민협약식을 가졌다.
이제 출범 100일을 맞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약속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실천 의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 직속으로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와 국토균형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신행정수도 기획팀도 본격 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 정부부처내 각종 요직에 '지방 출신' 인사들을 기용한 것도 노 대통령의 '지방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최근들어 북핵문제와 이라크전, 그리고 NEIS 논란 등으로 '분권'이 국정현안에서 밀려난 느낌을 주고 있으나 그래도 '분권'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물론 역대 정권 모두가 집권초기 '지방화'와 '분권'을 국정 과제로 내걸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참여정부의 '분권의지'도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 헛 공약으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의 분권협약식을 이끌어 냈던 전국분권운동본부 김형기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의 분권 실천이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현 정부는 '선분권 후보완'을 정책과제로 내걸고 지방분권특별법과 균형발전 법안 등을 올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으로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이에 대비한 로드맵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정부혁신분권위(위원장 김병준)는 정부 조직개편과 권한조정을 통해 중앙부처를 분권 체제로 재편시키고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시키기 위한 기본안을 만들고 있다.
기본안은 지방정부에 포괄적 재정권을 주고 자치입법권, 인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골자. 국토균형발전위(위원장 성경륭)도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지방 이전과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한 계획을 마련중에 있으며 중앙에 집중된 재원의 효율적 분산을 위한 지방발전특별회계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병준 정부혁신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7월까지 지방분권 '기본안'을 작성해 공표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에는 △분권의 기본원칙과 추진방법 △추진체계 △추진 주체간 역할 분담과 협력 등의 구체적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 따라서 이미 국회에 제출된 지방대학 육성법안과 초안이 마련된 지역언론활성화 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한다면 '서울공화국'으로 대변되는 한국은 '분권 르네상스'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부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예에서 보듯 '분권'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적 장애물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국가 주도 발전 전략'에 물들어 있는 중앙 관료의 반발이다.
이들은 국가 운영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 유지와 수도권의 지속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집요하게 펴고 있다.
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의 '국세의 지방세 이양 반대' 발언이 대표적인 경우. 그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0대 20으로 국세가 많지만 지방보조금.지방양여금 등으로 실제 사용액은 지방이 56%에 이르고 있다"며 이러한 논리를 폈다.
재경부는 또 지난달 25일에는 '부동산 투기 차단'을 이유로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인 부동산 보유세의 과세표준 결정권을 중앙 정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지난달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김포.파주시에 신도시를 건설키로 한 것이나 산업자원부가 수도권 지역에서의 공장 시설 면적 제한 규정을 완전히 폐지하는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입법 예고 한 것도 시각에 따라서는 분권 정책에는 역행하는 대목이다.
국토균형발전위 정책위원인 광주대 이민원 교수는 "정부 전체적으로는 분권과 분산 의지가 강하지만 실행 단위인 중앙 부처들은 아직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관료들이 분권.분산 정책에 대해 이해를 잘 하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부 관료는 국가 전체 효율성을 강조하며 수도권을 발전시키자는 논리를 아직 펴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이 국가 차원의 분권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분권'을 국가적 이슈로 내걸면서 이미 결실을 거둔 부분도 있다.
골깊은 영호남 갈등이 사라질 희망이 보이고 있으며 지방 정부와 지역 사회에서 발전을 위한 '자기 혁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권운동본부 김 대표는 "분권 운동이 확산되면서 영.호남 갈등의 원인은 수도권 집중이며 분권.분산만이 유일한 지방 발전의 대안이라는 공통 인식을 영.호남민들이 갖기 시작했다"며 "따라서 갈등 구조도 영.호남에서 수도권과 지방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분권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현정부가 분권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방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분권에 대비한 자기 역량과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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