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급에서,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싶어서 조사를 해 봤더니, 36명 중에서 다섯 사람만이 손수건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휴지(화장지)를 쓴다는 것이다.
다음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다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자는 글을 올렸다가 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내 글을 읽은 어떤 학생이 반박하는 글을 쓴 것이다.
그 글의 요지는 손수건을 쓰든 휴지를 쓰든 그것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일이지 선생님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런 생각을 하는 선생님은 낡은 시대의 권위주의적인 교사라는 것이었다.
그 편지를 읽고 나는 한참 동안 혼란에 빠졌다.
모두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면 도대체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기나 하는 것인가? 스스로 결정하더라도 옳고 바르고 지혜로운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 교사 아닌가?
학생들은 나이 든 교사의 말을 잘 안 듣는 경향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코드가 잘 안 맞는다는 얘기다.
밝은 대낮에 교실의 형광등을 다 켜 놓고서도 끄라고 하면 "밝으면 좋잖아요?"하면서 끌 생각을 안 한다.
참으로 편리하게 산다.
그들에게는 예의나 질서를 이야기하는 것부터가 구태의연한 교사로 평가된다.
그들은 또 학생이 하고 싶은 걸 가르쳐야 좋은 교사라는 소리도 더러 한다.
그럴 때 나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고.
학생들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먼저 보이는 것도 구 세대 교사의 특징일지 모른다.
그리고 물론 새 시대의 학생들에게는 새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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