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가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교육의 주체들은 제각기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가장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아침 저녁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대책부재로 표류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의 혼란과 싸움은 교육과 크게 관련이 없는 방법 문제를 가지고 사생결단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선 교사나 학부모나 학생들만 죽을 지경이다.
실은 오늘날처럼 교육이 엉망진창이 된 것은 과거 정부들의 거듭된 교육실책의 누적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가 없다.
예컨대 시장원리에 맡긴다는 이유로 무한정으로 대학을 인가해서 대학정원 수보다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더 적은 웃지 못할 초유의 사실이 벌어지고 있다.
도무지 10년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아둔함이 한스럽다.
그래서 지금 지방대학은 죽어가고 있다.
지방대학은 살아남기 위해서 별별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길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정말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여러 해 전에 어느 코미디언을 앞세워 그를 신지식 1호라고 했다.
그 사건은 우리 교육계에 실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즉 돈이 되는 것만이 진정한 지식이고 돈이 안되는 것은 지식이나 학문으로 가치없다는 것이 정부의 발상이었다.
그래서 지금 대학은 인문학이 다 죽어버렸다.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와 문학, 수학과 물리학, 공학 등이 푸대접 받는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 경쟁력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망각한 처사들이다.
한마디로 교육철학의 타락이었다.
하기는 선진국들도 이런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네 대학들은 인간과 학문과 세계를 위해 고민하는 지성인은 없고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식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 바라보고 있다.
마치 동전 한닢 넣고 커피를 뽑아마시는 식으로 당장의 성과만을 예찬하는 풍토가 오늘의 대학사회이다.
필자는 오늘의 한국교육을 걱정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첫째, 일찍이 홀머스 박사(A·F·Holmes)의 지적대로, 오늘의 교육은 이른바 지적 다신론(知的 多神論, Intellectual polytheism)에 빠져 있다.
즉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지식보다 매우 부분적이고 파편적인 것을 중요시하여 본질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다.
토막지식을 절대화, 신격화하는 지적 다신론 또는 지적 범신론 사상이 오늘날 교육의 흐름이다.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지적 맘모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돈 되는 지식이 절대이고 진리는 필요없다는 논리이다.
둘째, 오늘의 교육은 모두 상황교육(Situational Education)이다.
교육의 내용보다 상황을 중요시한 나머지 때와 장소에 따라서 윤리적 기준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영원한 진리 절대적 진리는 완전히 퇴물이 되고 말았다.
오늘의 교육은 존 듀이(John Duwey)의 영향을 받은 철저히 무신론적이고 유물주의적인 교육이며, 교육의 내용은 모두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입장이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두 상대적이라는 세계관이 교육에 판을 치고 있다.
셋째는, 현대교육의 일반적 추세가 인간의 자율주의(Autonomy)를 교육의 중추적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자기가 마음먹은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이른바 열린 교육 전성시대가 되었다.
인간의 자율을 강조한 나머지 모든 권위는 부정되고, 위도 아래도 없고 이웃도 없는 고삐 풀린 망나니를 길러내면서도 말은 늘 자유와 해방을 부르짖고 있다.
그런 결과로 오늘날의 교육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돈 잘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되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인간을 키워내고 있다.
필자가 36년 동안 대학강단에서 가르치면서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참된 교육이란 첫째로 믿을 수 있는 인격적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로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나눌 줄 아는 사랑의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셋째로 소명을 가진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갖든지 평생 감사하면서 소명을 갖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를 키우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교육이 바로되어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말은 옳은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강선우 감싼 민주당 원내수석…"전혀 문제 없다"
"꾀병 아니었다…저혈압·호흡곤란" 김건희 여사, '휠체어 퇴원' 이유는
[사설] 민주당 '내란특별법' 발의, 이 대통령의 '협치'는 빈말이었나
[홍석준 칼럼] 우물안 개구리가 나라를 흔든다
전국 법학교수들 "조국 일가는 희생양"…李대통령에 광복절 특별사면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