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세상'. 가짜가 범람하고 있다.
가짜 물건에서부터 가짜 몸매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가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가짜를 통해 대리 만족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러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정말 잃어버리게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짜로 포장하는 사람들
신발가게 점원 김나경씨는 소위 '짝퉁' 명품족이다.
루이뷔통 핸드백, 까르띠에 지갑 등 거의 모든 명품 액세서리류를 갖추고 있으나 모두 가짜. 대구시내 A급 짝퉁 명품 판매점을 상세하게 꿰고 있고 친구들에게도 소개해 준다고 했다.
"남들이 갖는 명품을 갖고 싶기는 하지만 진짜는 너무 비싸니 싼 가짜를 사는 것이지요. 진품과 쉽게 구별되지도 않아요".
가짜 몸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키높이 구두나 기능성 브라 등을 통해 자신 없는 신체 부분을 보완하는 것. ㅂ회사에서 올해 새로 내놓은 볼륨브라는 3, 4월 두 달 동안 15만장이나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 높다.
CJ쇼핑 전성곤 대리는 "판매되는 남성화 중 60~70%가 키높이 구두"라며 "한달 평균 2천~3천개씩 꾸준히 팔린다"고 전했다.
◇내가 아닌 나의 삶
아예 새로운 '나'를 창출해 가짜 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해 흔히 이름.나이.학력은 물론이고 성별.성격까지 바꿔 가상의 삶을 창조해 행동하는 것.
현태연(21.경산 진량읍)씨는 "인터넷 채팅 때 나이를 두세살 속이는 것은 기본이고 고교생으로 되돌아가 보기도 하고 가끔은 여중생이 돼 보기까지 한다"며 "나를 고1로 알고 있는 채팅 친구도 있다"고 했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속이고 새로 창조된 인물로 행동하는 '사기팅'도 성황이다.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모습으로 위장하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그때그때 모습을 바꿔 나서는 것.
심심풀이로 가끔 사기팅을 한다는 이광현(23.대구 노원동)씨는 "나보다 서너살 위의 여자를 만나거나 신입생 행세를 하기도 한다"며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을 가진다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과도하면 위험할 수도
가짜 범람에 대해 경북대 심리학과 장현갑 교수는 "결점을 감추고 장점을 더 부각시키려는 방어기제는 누구나 갖고 있다"며 "남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시는 열등감에서 출발한 보상 심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구대 심리학과 이종한 교수는 "자기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상태에서 재미삼아 한두번 가짜 인생을 시도하는 것은 모르지만 심해지면 심리적 장애 속으로 빠져들고 사회 부적응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식을 위해 가짜 명품을 찾거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자꾸 타인을 가장하려는 심리는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감 없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는 것. 또 거짓 모습으로 사는 사람의 증가는 사회적으로도 병리 증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정신적인 가치 혼란이 심하고 자아 정체감이 견고하지 못한 요즘 세대를 위해 자기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치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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