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이 지역에 있는 고성(古城)들과 콜로세움 경기장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는 대표적인 오페라 잔치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는 서울 잠실올림픽경기장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 서울올림픽, 한·일 월드컵대회 이후 문화예술의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달 월드컵경기장에서 초대형 야외오페라 '투란도트'가 나흘간 막이 올라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운데 이어 오는 9월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초대형 오페라 '아이다'가 '투란도트'보다 훨씬 큰 규모로 막이 오른다고 한다.
▲야외오페라의 대명사로 불리는 베르디의 '아이다'는 스핑크스·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화려하고 이국적인 의상과 풍물이 눈길을 끄는 오페라다.
6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막이 오를 이번 무대는 '투란도트' 공연 출연자 600여명의 2.5배인 1천500여명이 등장하며, 코끼리·말·낙타 등 동물 90여마리도 등장한다.
하이라이트인 개선 장면에만 10억원을 쓰고, 5만개나 되는 객석을 준비한다니 규모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7월 야외음악당에서 대구시립오페라단이 월드컵대회 축하 무대로 야외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 사흘간 관객 6만5천여명이 성황을 이루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이 공연은 2001년 같은 곳에서 공연된 '아이다'와 함께 대구 오페라의 대약진을 일궈낸 무대였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때도 불국사 경내에서 창작 오페라 '원효'를 필두로 매회 야외 오페라 무대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초대형 무대들이 대부분 '우리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
대부분의 오페라들이 '수입품'이며, 그래야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기도 한다.
창작 오페라들이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 상태다.
이런 가운데 상업적인 초대형 공연에 맞서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조용히 태동하고 있어 반갑다.
김영동씨는 음악극 '토지' 음반에 이어 2시간 분량으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안숙선씨는 판소리 대무대를 모색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대구시립오페라단도 곧 문을 여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을 겸한 개관 공연으로 창작 오페라 '목화'를 무대에 올린다.
그 성과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지만 일단은 의욕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지구촌' 시대에는 가장 '우리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다만 밖을 향해 열려 있는 범세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담긴 한국적 이미지를 어떻게 길어 올리느냐가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도전 의지,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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