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취임 100일, 즉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대구·경북의 정치기상도는 아직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굳이 표현한다면 "목하 고민 내지 관망중"이다.
변수도 많다.
아직도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의 은퇴 이후 방황하고 있는 '한나라당호'를 이끌 선장을 뽑는 전당대회가 남아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지난 5년간 지역 주민들의 절대적인 성원을 받아 온 한나라당과 대구·경북의 관계 재정립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민주당 내부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신당 논의 역시 아직 진행형이다.
비록 지역에서는 호남을 근거로 한 구주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신당 바람에 직접적인 걸림돌은 없지만 서울의 혼란상은 그대로 지방에 전달되고 있다.
분당이든 통합적 신당이든 아니면 리모델링이든 결론이 빨리 나고 잠잠해져야 지역과 신당의 관계 설정도 이뤄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도 아직 미정이다.
즉 현 정부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지금 판단하기에는 성급하고 취임 6개월을 넘기는 올 하반기가 되면 지역에서도 호·불호 내지 성패가 어렴풋하게나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변화 바람 느껴진다=적어도 지역에서 DJ와 노무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DJ처럼 호남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대단한 플러스 요인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일 게다.
또 지지도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교육과 노사문제 등에 있어서 혼선이 일어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지역의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대선 당시 20.2%에서 지난 4월 33.8%(매일신문)로 상승했고, 2일 조사에서도 지역에서 32.5%(조선일보)의 지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5배의 신장이다.
5년전 이맘 때 대구에서는 달성군 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지역정서를 극도로 자극,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는 현상이 빚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궐선거 같은 정치적 악재도 없다.
10년 전 문민정부 초기에는 부산·경남, 5년 전 국민의 정부 초기에는 호남의 '대약진'에 대해 지역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참여정부 초대 내각에는 지역출신 인사들이 장차관으로 대거 진출했다.
특정지역 편중인사 시비가 크게 사그라진 것이다.
지역민들은 이전의 정권과는 뭔가 다른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다 철옹성 같기만 하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 역시 대선 당시 40%대 후반에서 4월 30%대로 떨어지는 등 하락 추세에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전원 한나라당 소속인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 욕구가 적게는 59.6%(중앙일보 5월7일)에서 많게는 69.1%(매일신문 4월7일)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모임을 공개한 '화요공부모임'이나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여는 모임' 등은 친노(親盧) 성향 인사들의 인재풀 성격이 되고 있고 신당 참여 인사들의 추진체도 출범했다.
이들이 지역 정치기상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보수 일변도의 지역에서는 전에 없던 시도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집권 세력이 불모지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 민주당 대구지부장 내정자는 "장·차관과 높은 지명도의 개혁적 인사들을 포진시킬 경우 대부분 현역 의원이 다시 나설 한나라당과 해 볼만 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의 선전을 장담하고 있다.
실제로 여권에서 '탈 호남'을 기치로 전현직 장·차관급 인사들을 대거 총선에 징발할 가능성도 점점 구체성을 띠고 이야기된다.
대구·경북의 10여개 선거구에서 '호화' 멤버 출마설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다만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다 최근 지역 출신 각료들이 퇴진 압력에 시달리는 등 '동네북'이 되는 현상 때문에 조금 주춤할 뿐이다.
▨한나라당 일변도 지역구도 바뀔 수 있을까=한나라당 바람이 더이상 불지 않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5년간 굳어져 온 '텃밭'이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지역의 '한나라당=우리당'이라는 등식이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하루 아침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기대 내지 믿음은 여전하다.
사실 민주당이 여당이라고는 하지만 지역에서는 조직 면에서 한나라당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
한나라당을 가리켜 '지역 여당'이라고 하고 민주당을 '집권 야당'이라고 부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평균 연령이 환갑도 훨씬 넘긴 한나라당 출신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인적교체 열망이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순기능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분석도 있다.
세대교체를 포함한 인적교체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어느 때보다 출마 후보의 숫자 역시 많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여러가지 제약 요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기반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고만고만한 군소 후보들이 벌 떼처럼 도전하는 형국이라면 '결론은 뻔하다'는 것이 현역 의원들이 내심 기다리는 구도다.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은 내년 총선 전망과 관련, "개혁신당이든 리모델링식 '도로민주당'이든 DJ와 호남의 색채를 완전히 탈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를 적절히 공략하고 현역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한다면 한나라당의 절대 우위는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느긋한 전망을 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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