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말 자체만 놓고 볼 때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 단어에서는 뭔가의 구축(構築)되어 있는 것을 무너뜨리거나 덩어리가 있는 것을 깨뜨리는 것이 연상된다.
말 자체를 뜯어보면, '파(破)'는 '깨뜨리다', '괴(壞)'는 '허물어뜨리다'는 뜻이니, 이는 곧 '덩어리가 있는 것을 깨뜨리고 허문다'는 말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기성 세대의 질서 및 고정 관념들을 허물고 깨뜨린 것에 대한 내용들만이 기록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깨뜨린 자의 무용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치 단단한 호두껍질을 깨뜨리듯 어떤 틀을 깨뜨리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껍질 속에 감춰져 있던 적나라한 속살을 끄집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파괴는 틀을 부수는 일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틀 속에 감추어져 있는 알맹이 또는 진실을 끄집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파괴는 새로운 세계를 열게 하는 열쇠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석기시대'나 '청동기 시대' 그리고 '철기시대'라는 말이 그것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시원 문화에서 어떤 사람이 흔한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 순간 돌멩이는 도구나 무기로 바뀌었으며, 이로써 돌에 대한 고정 관념은 깨어지고 말았다.
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그 돌멩이를 깨뜨려서 돌칼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돌 속에 감춰져 있던 날카로움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청동 및 철기 시대에는 '돌칼'이라는 물질 및 그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용해시킴으로써 그 속에 들어있던 청동이나 철을 얻어내게 되었다.
물론 이로써 청동검이나 철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최첨단 과학에서는 그것마저 깨뜨려서 물질적 외형이 없는 '레이저 검'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파괴- 깨뜨리기'는 부정과 긍정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세계 및 시대를 열어 내는 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 관념을 깨뜨리지 않으면 현상 유지는 할 수 있겠지만,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새롭기를 원하는 자의 꿈은 실현될 수 없다.
한국선사문화연구소 소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