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그처럼 뜨거웠던 적이 있을까. 한일 월드컵 1주년. 또 다시 맞은 6월이다.
'Be the Reds' 티셔츠가 물결치던 범어네거리, 국채보상공원, 동성로, 두류공원, 월드컵 경기장.... 아파트마다 국기가 게양되고, 경기가 있는 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들이 고함치던 '대~한민국'. 가슴속에 치솟는 환희로 온 몸이 짜릿했던 순간들이다.
2003년 6월.
대구에서 그 날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초점이 맞춰 월드컵을 되새기는 행사는 한 건도 준비돼 있지 않다.
다만 월드컵 경기장이 대구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커 가고 있는 것이 다행스런 일이다.
월드컵 주 경기장에서 청계사 가는 길로 접어들면 자동차극장 '씨네월드컵'(대표 이중호)이 나온다.
6월 중순 개관 예정으로 현재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총 공사비 20억 원으로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여는 다관(多館)식 자동차극장. 중간 위치한 관리동에서 양편으로 두 편의 영화를 영사하는 방식이다.
수용차량은 200대씩 총 400여대. 스크린 크기는 20m×11m의 초대형 와이드. 관리동에는 매점과 커피숍 등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씨네월드컵'은 숲 속에 오목하게 위치해 자동차 극장으로서는 천혜의 환경이다.
지난해 대구시가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자 55개 업체가 서류를 접수하고, 26개 업체가 경합을 벌일 정도로 치열했다.
'씨네월드컵'은 올 9월 대구시민영화제를 여는 등 대구의 야외영화제의 '메카'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4월에는 미스코리아 대구 선발대회 장으로 활용됐다.
이중호 대표는 "월드컵 경기장이 앞으로 각종 문화 시설이 들어서는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장 밖도 새로운 문화현장이 되고있다.
올 10월에는 대형 뮤지컬 '캣츠'가 월드컵 경기장 야외 텐트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텐트극장의 정식 명칭은 '빅 탑 시어터'(Big Top Theater). 서커스의 뾰족한 텐트를 연상시키지만, 내부 시설은 첨단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사운드는 물론 조명, 무대, 의자까지 기존 극장과 동일하다.
화장실과 냉난방 시설까지 갖추고, 방재(防災) 진단까지 받은 '날아다니는 오페라 하우스'이다.
1천500석 규모로 3주간 공연된다.
텐트극장이 들어설 지점은 월드컵 주 경기장 앞 제1주차장 부지. 1천200대를 수용하는 1만2천평 규모. 공연 시점이 K리그 시즌 중이라 관리상 문제로 아직 절충 중이다.
그러나 공연을 주관하는 최원준 파워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서울에서도 월드컵 주경기장이었던 상암경기장 주차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라며 "월드컵을 치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월드컵경기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주경기장 남쪽 산자락에 위치한 야외공연장에서도 다양한 공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야외공연장은 300여명 수용할 수 있으며 인근 잔디밭까지 합치면 500명까지 가능하다.
매주 주말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 등 사설기관에서 전시회와 음악회를 갖고 있다.
대관이 까다롭지 않고, 야외 무대다 보니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월드컵 주 경기장은 각종 CF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에는 향후 야구장을 비롯해 골프연습장, 암벽타기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레스토랑, 커피숍, 호프집 등 서비스 시설도 입점한다.
장상수(48) 월드컵경기장 관리사무소 건축담당은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활용방안이 대두될 것"이라며 "각종 임대사업을 통해 월드컵 경기장을 활성화시키게 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주말 3만 여명 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월드컵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8년 대구시립미술관까지 들어서면 월드컵 경기장은 명실상부한 대구의 문화 명소가 될 전망이다.
대구시립미술관은 월드컵 경기장 서편 대구대공원 터에 건립될 계획. 만여평의 부지에 국·시비 777억원을 투입해 2008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실시설계까지 마친 상태. 또 조각공원도 들어서게 된다.
서울의 대형 뮤지컬 등 각종 공연, 야외 영화제에 미술관까지 건립되면 대구월드컵 경기장은 체육시설의 한계를 넘어 대구 문화의 '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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