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초등학교 1학년을 담당하는 어느 여교사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올린 날은 비가 많이 왔던 지난달 30일이었다.
비오는 날은 유난히 교실이 시끄러운 탓에 종일 인상을 펴지 못합니다.
전교생이 실내에만 갇혀 있다 보니 떠드는 소리가 온 학교를 울리거든요. 그 중에서도 1학년 꼬맹이들을 쉬는 시간까지 교실에 잡아두는 것은 저들이나 나나 모두에게 거의 고문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 '고통'을 이기려고 오늘처럼 비오는 날엔 교실이 온통 난리통입니다.
뛰어다니고, 소리지르고, 웃고, 울고, 일러 주러 뛰어 오고...
하지만 멍해 있던 저를 단숨에 환희에 넘치게 만든 사건이 오늘 있었습니다.
"밤에는 해가 어디로 갈까?" 하는 물음을 던졌을 때였습니다.
제 말이 떨어지자마자 녀석들이 손을 번쩍번쩍 들기 시작하더군요. 한 아이가 나섰습니다.
"바다 속에 들어갔어요". 그러자 "외국에 갔어요" "잠이 와 숲 속에 자러 갔어요" "산 속에 있어요" "산 뒤에 있어요"라는 주장들이 잇따랐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참으로 놀라운 것입니다.
제게는 놀랍다못해 감동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들을 해 낼 수 있을까? 외국에 갔다니, 세상에.... 그 순간부터 오늘 종일을 지긋지긋하게 했던 녀석들의 소음이 너무나 기껍게, 사랑스럽게, 행복하게 들려왔습니다.
"얘들아, 잠깐만". 저는 얼른 메모장을 갖고 와 아이들의 발표를 받아적었습니다.
잊어 버릴 것 같아서지요. 전 절대로 해내지 못할 생각들이니까요. 그리고 우린 금방 사이가 좋아져 그 시간 내내 하늘이 어떻고, 우주가 어떻고 해가며 잘 놀았습니다.
아!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원칙적인 이야기나 주입하려 들다니.... 이런 아이들 각각의 색을 무시해 버리고 내가 원하는 색만 고집해 가르치려 하다니....
어제까지만 해도 저를 "할머니"라고 불러 열받게 할 정도로 골탕 먹이던 녀석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단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저는 오후 내내 가슴이 벅찼습니다.
제가 이 놈들의 선생님이어서 입니다.
그 대단한 녀석들이 바로 제 제자들입니다.
그 선생님은 아이들을 자랑하고 싶어 이 글을 올린다고 했다.
나이스인가 네이스인가 이름에서부터 갈등을 겪고 있다는 교단의 오늘을 다시 생각케 하는 얘기다.
최병고〈사회1부〉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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