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조 파업때 '공권력 어디갔나?'

입력 2003-05-10 11:38:01

지난달 30일부터 포항공단에서 시작돼 열흘간 전국적인 물류수송 마비사태를 일으킨 전국운송하역노조 파업 현장에서 공권력은 찾아볼 수 없어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에 대한 따가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사태는 '물리력을 앞세운 집단행위면 무엇이든 해결된다'는 나쁜 전례를 남겨 공권력을 제때 가동치 못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5월2일 화물노조원 500여명은 포스코와 INI스틸 등지의 출입문에 화물차를 앞세운 인의 장막으로 화물차 출입을 통제하는 불법 행위를 벌이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하지만 경찰은 노조원들을 제지하기는 커녕 공단 업체측에 출하 중단을 요청했고 시위중인 노조원을 호위까지 했다.

물론 경찰은 "지난 4월28일 빚 때문에 음독 자살한 화물 지입차주의 죽음에다 신나까지 준비한 채 '강제 진압시 전국의 화물차를 포항으로 모으겠다'는 화물연대측의 강경 태도 때문에 신중히 대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지휘부는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는 대형 파업사태인 점을 고려한다면 일단 공단 일부 지역에 공권력을 투입, 사태 추이를 지켜본 후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항공단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INI스틸 등 포항공단 전체가 국가기간산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안보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부처와 포항시 등 관계기관의 소극적인 대응도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노무현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질 때까지 노동부와 산자부, 건교부 등 관련 중앙부처들은 '정식 조합이 아니다' '법 개정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수수방관하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도 드러났다.

포항시도 대형파업사태 조짐이 감지된 지난 4월28일 열린 대책회의에서 '다단계알선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노조측의 요구를 외면, 사태 악화를 부추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공무원이 쉬는 날이어서 파업에 대한 상황보고를 상부기관이 제대로 접수하지 못했다'는 정부기관의 내부 사정도 알려지고 있다.

포항시민 이모(45)씨는 "공권력의 실종과 국력 누수현상 뒤에는 공무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있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총제적인 공권력 부재는 당연했다"고 말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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