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운송사 협상 힘겨루기

입력 2003-05-09 12:54:46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와 포항지역 9개 운송사간 본격 협상이 3일째를 맞았으나 양측간 운송료 인상률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8일까지 협상에서 화물연대는 요구안을 30%→23%→20%까지로 낮췄고, 운송사측은 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10%→13%선으로 올렸다.

하지만 9개 운송사의 경우 각각의 화주(철강회사)와 회사 사정이 달라 남아 있는 7% 가량의 차이를 해소하기에는 노조와 운송사간 입장 차이만큼이나 큰 운송사 상호간 입장차도 있다는 게 문제다.

◇운송사 구성=현재 화물연대 포항지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운송사는 모두 9개다.

흔히 5대 운송사로 부르는 (주)동방, (주)한진, (주)대한통운, (주)삼일, 천일정기화물(주)은 모두 포스코 제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포스코라는 단일 화주의 지시를 받는 셈이어서 8일 밤 협상에서 12.5%, 9일 오전 협상에서는 13% 인상안이라는 통일된 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나머지 4개 운송사의 입장은 다르다.

(주)삼안과 (주)성우는 INI스틸 제품을 수송한다.

동국통운은 동국제강 제품 수송을 전담하고 (주)로얄상운은 세아제강 담당업체다.

이처럼 4개사는 화주가 다르고 일부는 화주와 운송사가 본.계열사의 입장이라는 점 등 각각 처한 사정이 달라 11~14.5%라는 차별된 안을 제시, 운송사들간 마찰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운송사 입장=9일 오전 협상에서 5대 운송사는 13%안을 제시하면서 최종안이라고 분명하게 못박았고, 나머지 회사들도 전날에 비해 각각 1, 2% 정도씩 상향 제시하면서 더 이상 양보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화물연대측은 즉석에서 수용거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처음으로 '협상결렬'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협상을 더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운송업체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몇몇 철강회사측 관계자들은 "운송료 인상분을 화주들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며 "운송사측이 자체 이익률을 낮춰 잡는, 고통분담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운송사 관계자도 "8일 오후 정회시간을 이용해 화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계산해 보기도 했다"고 말해, 문제해결의 실질적 열쇠가 화주와 화물연대측에서 운송사로 넘어가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또다른 변수=현재 진행중인 포항의 협상은 전국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합의를 통한 타결이나 결렬에 따른 파국 등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이 전국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포항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라는 단서를 단 것이 그 증거다.

운송료 인상률도 마찬가지. 포항은 20%까지 내려왔지만 경남지부는 35%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가장 먼저 표면화됐고 대립양상도 가장 강했던 포항의 인상률이 결정되면 이것이 관련 업계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런 사정들이 포항지역의 화주들이나 운송업체들의 운신폭을 더욱 좁게 만들고 협상의 진척속도를 떨어뜨리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들도 협상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운송하역노조는 당초 이번 투쟁을 대정부 투쟁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물류제도 개선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경유가.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도 정부에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성황에서 정부가 악화되는 산업현장의 분위기에 밀려 매주 화요일 실무협상을 벌이겠다던 방침을 바꿔 이번 주말 일괄협상을 추진키로 해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지 한가닥 기대를 걸게 하고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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