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궁에 얽힌 미스터리

입력 2003-05-09 09:54:38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는 크레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로부터 실꾸러미를 넘겨받아 전설적인 장인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속으로 들어간다.

테세우스는 미궁속에 있던 소머리에 사람 몸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실꾸러미를 따라 미궁속을 성공적으로 탈출한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하는 테세우스와 미노스 왕의 미궁(Labyrinthos)에 관한 신화다.

여기에서 미궁은 영웅에 의해 돌파되긴 하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죽음의 길'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미궁은 미노스 궁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반도, 영국, 지중해 등 유럽지역은 물론, 인도와 자바, 수마트라, 아메리카 원주민인 호피 족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발견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아이들의 추리력과 상상력 등을 키워주기 위해 평면화된 미궁, 즉 미로(maze)가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미궁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을까?

'우주의 자궁 미궁이야기'(이즈미 마사토 지음, 도서출판 뿌리와 이파리 펴냄)는 미궁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미궁학 입문서' 이다.

현재 실물이 남아 있거나 도해형식으로 남아 있는 미궁은 헤로도투스가 그렸다고 알려진 이집트의 대미궁과 로마의 모자이크 미궁,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미궁,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의 잔미미궁, 유럽 각지 교회에 있는 교회 미궁 등이 있다.

동양쪽에는 유럽만큼 흔한 것은 아니지만 인도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미궁 전투, 아프가니스탄의 찔레공주 미궁 등이 전하고 북미와 아프리카에도 미노스 왕의 미궁과 비슷한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미궁들을 하나씩 분석하면서 극도의 혼란스러움으로 뒤섞인 미로와 달리 미궁은 치밀한 계산과 이성적 질서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자궁과 출산의 상징이자 남녀가 교합하는 공간, 죽음과 부활을 인도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신석기시대부터 크레타 문명, 로마제국, 중세 기독교 시대때로 거슬로 올라가 남아 있는 미궁들을 하나씩 분석하고 얽혀있는 의미를 꺼집어 내고 있다.

또 풍부한 자료와 도해, 사진 등으로 이해를 돕고 있으며 16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프란체스코 세갈라의 '미궁의 책'에 나오는 9장의 미궁 그림을 실어 읽는 이들이 직접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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