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얼핏 보면 거대한 고철 덩어리일 뿐이다.
공장의 창고에 오래 처박혀 있거나 뒷마당 한쪽에 버려져 있음직한 쇳덩이를 전시장에 옮겨 놓은 게 아닌가. 원추형, 원형, 원통형, 반구형…. 하나같이 반쯤 부서지고 낡은 것 일색이다.
재불작가 윤희(54)씨는 손으로 만들고 그리지 않는다.
'선택'을 할 뿐이다.
프랑스 제련공장 등을 돌아다니며 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것을 골라내, '조각같지 않은 조각품'으로 거듭 나게 하는 작업이다.
그는 산업폐기물 같은 자신의 작품을 '자연의 단편'으로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고 에너지가 빠져나가면서 가장 안정적이고 원시적인 상태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자연의 결정체가 아니겠습니까". 역설적인 표현이다.
산업폐기물을 자연의 결정체로 자연스레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매력이 아닐까.
그의 작품은 무척 크고 무겁다.
1, 2t 무게에 2, 3m 길이가 보통이다.
제련공장 용광로에 눌어붙은 찌꺼기를 쏟아낸 것인 만큼, 구리 알루미늄 청동 특수강 등 재질도 다양하다.
그도 8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페인팅.조각을 하다 '고민만 되고 재미 없어' 그만두고, '큰 덩어리'로 관심을 돌렸다고 한다.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작가지만,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인 FIAC에서 최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처럼 현대미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좋은 전시회인 것 같다.
7일부터 6월7일까지 시공갤러리(053-426-6007).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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