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200업체 출하 중단... 6일 협상도 결렬
운송하역노조의 파업으로 포스코 등 200여개 포항공단 업체들의 제품출하 중단이 조선.자동차.가전 등 철강관련업은 물론 농업과 건설현장 등 모든 산업의 동반 마비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판재류와 형강류 등 포항공단 철강업체들로부터 원부자재를 공급받는 울산.거제.부산 등지의 조선 및 자동차 업계는 재고물량을 거의 소진해 조만간 자재공급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다음주부터 파행 조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철강 수요가 가장 많은 울산의 현대계열사들은 7일부터 울산항 하역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지역 화물차주와 80여 운송업체들까지 가세하자 납품 차질을 우려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가전.타이어업계 등도 포스코가 생산한 냉연강판이나 선재류를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교량박스나 철골조 등을 만드는 철구조물 업체들도 철판과 빔류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선박부품 제조업체 사장은 "원청사는 철판이 없고, 협력사는 부품용 소형 철강재를 구하지 못하는 등 자재난이 겹쳐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말까지 작년 수해복구 공사를 끝내야 하는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철근품귀 등으로 공기에 차질을 빚어온 상태에서 그나마 소량 공급되던 분량까지 완전 끊어지면서 공사중단 사태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고 부산 등지의 일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공기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포항공단 시멘트 제조업체들도 하루 평균 1만2천t 가량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레미콘과 벌크공급도 파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고속도로 준법운행까지 겹쳐 레미콘의 경우 납품시간 준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류마비는 영농철을 맞은 농촌 들판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항공단의 (주)협화, (주)세기, (주)제철세라믹 등 비료제조 업체들도 성수기를 맞아 출하량을 늘려 잡았으나 화물차 올스톱으로 농민들에게 비료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 한편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은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공단내 상위 15개사의 이번 물류마비 사태로 인한 하루평균 피해액이 240억원 가량이고, 공단전체로는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운전하는 화물차들이 이날 오전경부고속도로 부산쪽 도로에서 준법운행을 벌여 곳곳에서 정체와 서행이 반복됐다.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7일 오전 5시쯤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으로 보이는 화물차 10여대가 경부고속도로 부산쪽 도로를 따라 경북지역으로 진입했으며 오전 10시30분 현재 시속 50~60km의 속도로 경주IC를 지났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차로 2개 중 한개를 점령하고 서행운전하고 있어 출근시간대 차량 정체가 심했다"며 "이들 차량은 간헐적으로 차로 2개를 모두 가로막고 운행해 뒤따르는 차량들이 지체를 반복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이들 화물차가 최저 제한속도 이상으로 운행해 현재로선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운송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 파업참가자들이 7일 오후부터 포항제철소 정문봉쇄를 해제함에 따라 철강재 수급난은 다소 풀릴 전망이다.
포항지역 운송업체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포항제철소 정문봉쇄를 해제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포스코는 시급한 수요업체부터 먼저 공급을 재개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산자부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육송 차량 842대 가운데 752대가 화물연대와 무관한 만큼 봉쇄해제와 함께 공급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포항 소재 주물소재 업체인 성우오토모티브가 선철을 계속공급받지 못할 경우 9일 오후부터 가동이 중단되면서 현대차와 부품업체도연쇄적인 가동중단 위기에 몰렸지만 우선적으로 철강공급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4개 전기로 가동에 필요한 고철 조달이 중단되면서 지난 5일 120t짜리, 6일에는 100t 및 80t짜리 전기로를 세운데 이어 8일에는 75t짜리도 가동중단이 불가피했던 INI스틸도 물류가 트이면서 즉각 가동을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INI스틸의 형강 공급중단으로 10일이후 절단 등 일부공정이 중단될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가 조업중단 위기를 넘기고, 특히 조업중단에 직면했던 현대미포조선도 정상화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경우 이날 오후 4시를 전후해 화물연대 비소속 화물차량들이 포항제철소에 진입하기 시작함에 따라 제품 출하를 비롯한 철강재 물류가 정상화됐다.
또 고철 반입차단으로 지난 5일부터 전기로 4기중 1기만 가동해 왔던 INI스틸 포항공장이 7일 오후 4시를 전후해 고철 반입이 재개되면서 나머지 3기의 전기로 재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NI스틸 관계자는 "정문 봉쇄 해제에도 불구하고 운송회사 봉쇄가 우려됐으나이 역시 해제됨에 따라 고철이 반입되기 시작했다"며 "이르면 8일부터 공장가동이완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울산.윤종현기자 yjh093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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