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대학생 미팅도 '온라인 시대'

입력 2003-05-01 11:38:57

대학생들의 '만남 문화'가 바뀌고 있다. '과팅', '단체팅' 등 전통적 미팅 형태가 점차 사라지고 온라인을 매개로 한 채팅.인터넷 동우회 등을 통해 남녀가 자연스레 만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동거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신세대 대학생들의 만남,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전통 미팅 시들, 온라인 만남 활성화=ㅇ대학 경제학과 4년 윤모(26.대구 본리동)씨는 "최근엔 단체로 몰려 미팅을 하는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들다"며 "주로 인터넷 채팅이나 캠퍼스내 '번개팅'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인터넷이 보편화된데다 과거와 달리 이성에 적극성을 보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즉흥적 만남을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ㄱ대학 신모(24.여.대구 황금2동)씨는 2년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 신씨는 "남자친구와 채팅을 한달 정도 하다보니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이라고 했다. ㅇ대학 유모(25.대구 대명2동)씨는 "인터넷을 통해 마음에 드는 여자들과 자주 만난다. 대부분 부담없이 만나 재미있게 논다"고 말했다.

요즘엔 인터넷 채팅이 보편화되고 있다. 전통적 채팅을 넘어서 '화상채팅', '쪽지팅'(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채팅하는 것), '아바타팅'(온라인상 가상의 캐릭터를 사용해 채팅하는 것) 등 다양하다.

ㄱ대학 신문방송학과 정종훈(22.대구 신기동)씨는 "주위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보면 꼭 사귀는 것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동아리에 가입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동거 점차 늘어=ㅇ대학 장모(25)씨는 학교동아리 여자 후배와 사귀다 지난해 9월 학교 앞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장씨와 동아리 후배는 고향이 지방이라 이전에는 각각 자취와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는 "경제적 부담도 덜고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사니까 생활이 안정된다"고 했다. 또 "동거 대학생이 한 학과마다 한 두 명씩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5~6개의 인터넷 동거 사이트가 운영되면서 이 사이트를 통해 파트너를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ㄷ대학 이모(22)씨는 "선배의 추천으로 동거사이트에 자주 접속해 조건에 맞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터넷 매개 동거는 신세대들이 성 개방 풍조와 무관치 않다. ㅇ대학 철학과 4년 김도훈(27.대구 수성4가)씨는 "몇년 전만 해도 동거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요즘은 점차 동거에 대해 관대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대 신문방송학과가 최근 대구 4개 대학교 학생 420명을 대상으로 '성의식에 관한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혼전 동거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8.2%에 달했다.

김모(23.대구 상인동)씨는 "대학생 동거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데는 문제가 있지만 부작용도 많은 만큼 당사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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