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003-성매개 신종업소

입력 2003-04-25 09:32:32

21일 오후 '성인전용DVD방'이라는 광고지를 돌린 대구시 동구 신천동의 한 업소를 찾았다.

'혼자오시면 누군가를 불러야 할걸요…', '룸 내에 맥주, 안주, 성인용품 비치' 등의 광고 문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요금을 내고 방을 하나 얻어 들어갔다.

방 안엔 욕실과 침대, TV, DVD 플레이어, 냉장고 등이 있었고 냉장고엔 맥주와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

DVD 플레이어만 없다면 여느 모텔과 다를 바 없었다.

광고에 표현된 '완전 성인전용' 분위기를 낼만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신분증이나 1만원을 맡기면 DVD를 빌려볼 수 있었지만 음란물은 없다고 했다.

업소 관계자도 "DVD방이라기보단 안방식 극장시스템을 갖춘 숙박업소"라고 했다.

전화방, 비디오방, PC방, 화상대화방에 이어 최근엔 성인전용 PC방, DVD방, 심지어 이를 숙박업소와 접목한 성인전용 DVD방까지 생겨났다.

자칭 '성인전용 DVD방'의 등장은 과장된 광고로 성적 욕구를 자극해 손님을 유혹하려는 상술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앞다퉈 생겨나는 신·변종 업소들은 성 문화를 더욱 문란케 하는가 하면 반대로 문란한 성 문화가 이런 업소들의 등장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한다.

행정기관들은 뒤늦게 단속 규정을 찾아보지만 뾰족한 제재 방법이 없어 결국 손을 놓아, 악순환만 되풀이 되고 있다.

수년 전 등장한 전화방, 화상대화방은 '부적절한 관계'를 부추기거나 '성'의 매개처로 이용되면서 한때 크게 유행했다.

전화방은 음란통화를 조장하거나 여고생과 중년 남성과 만남을 주선해 주는 매체로 변질, '원조교제'의 온상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화상대화방은 한 술 더 떴다.

밀폐된 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신체의 은밀한 곳까지 노출한 채 통화를 하는 등 퇴폐와 탈선의 장이 되기도 했다.

비디오방, PC방도 당초 기능과는 달리 성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나 성매매 알선처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성인전용 PC방까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 음란성 조장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에 지난달 대구시와 각 구·군청이 일제 점검에 나서 30여개 업소를 단속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최근엔 틈새시장을 노려 숙박업소에 DVD 플레이어를 설치해 놓고 '성인전용 DVD방'이라고 광고하는 업소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이들 업소들은 신고·등록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별다른 법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대구시 위생과 관계자는 "자유업은 통보제이기 때문에 정확한 업소 수를 파악하기 어렵고 통보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며 "적용되는 법 규정이 없다보니 담당 부서도 모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업소들의 잇따른 등장과 유행에 대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 문화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성 욕구도 강해지고 이를 해소시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변종 업소들은 이런 환경에서 생겨나게 되고 호황을 누린다는 것. 여관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은밀성이 보장되며 접근성이 좋아 가기도 쉽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이들 업소들이 새로운 형태로 계속 생기는 것은 이런 형태의 업소를 원하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과학·기술은 급격히 발전에 따라 신·변종 업소들은 많이 생겨나는데 비해 법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들 업소들의 등장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성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든지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한 신·변종 업소들의 등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충고했다.

대구지방경찰청 방범지도계 관계자는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에 10개 업소만 지정하고 있어 비디오감상실 외 전화방, PC방, 화상대화방 등은 단속 대상업소가 아니다"며 "이에 단속 법률을 찾다가 억지로 끼워 맞춰 단속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예방 대책이 없다면 조금 늦더라도 규제·단속할 수 있는 확실한 법규를 만들거나 아예 변칙 영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든뒤 오히려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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