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화제> 뇌성마비 나리양의 '행복'

입력 2003-04-19 11:47:48

중증 뇌성마비아 나리(12.여.지체장애1급)의 건강은 지난 일년 새 눈에 띄게 회복됐다. 활짝 웃는 날이 많아지고 학교 수업에도 적극적이 됐다. 힘들던 휠체어 타기가 한결 편해진 덕분.

나리에게 행복을 갖다 준 것은 휠체어에 장착되는 이너(Inner, 몸통고정틀). 지난해 마음씨 좋은 의사 선생님들이 마련해 나리가 사는 국제재활원(고령 성산면 어곡리, 현 성요셉재활원.요양원)에 준 선물이었다.

몸에 딱 맞게 맞춰진 이너는 나리의 일상을 통째로 바꿔놨다. 그 전엔 대부분 누워서 생활해야 했고 휠체어에 앉아도 몸을 가누기 벅찼다. 몸의 뻗침(경직)이 심한 나리에게 일반 환자용 휠체어는 고역이었다. 미끄러지기 일쑤였고 그걸 막으려 가슴.어깨.엉덩이를 고정시킨 벨트는 피부에 곧잘 생채기를 냈다.

하지만 이너가 부착된 휠체어를 쓰면서 나리는 앉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학교 수업을 안정된 자세로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물론. 재활원 물리치료사 최영희씨는 "나리는 뻗침이 심해 일반 휠체어에 앉으면 몸이 뒤로 심하게 젖혀지고 이동도 힘들었다"며, "이젠 자세가 잡히니까 성격까지 밝아진 것 같다"고 했다.

나리가 쓰는 이너는 지난해 4월 대구 소아과개원의 협의회가 사 준 6대 중 하나. 협의회는 6년간 '1.2.3.4 기금'을 조성해 이곳 중증 뇌성마비아들을 위해 쓰기로 했었다. 국제재활원에는 어려운 가정의 중증장애아들이 모여 있기때문.

이너의 재활치료 효과는 의료진도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재활원 아이들을 돌보는 영남대병원 장성호 교수는 "일반 휠체어 사용으로 발생했던 엉치뼈 탈골, 척추 비틀어짐 등 부작용이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고 누워서 식사하느라 걸리는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감소하는 외에 호흡도 차분해졌다"고 했다.

물론 행복은 나리뿐 아니라 이너를 사용한 다른 5명에게도 찾아 들었다. 주현이(9.지체장애1급)는 1분 이상 고개를 들 수 있고 스스로 목을 좌우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호전됐다. 다른 아이들도 목을 가누고 앉기 편해지자 놀이.수업에 재미를 느끼고 관심 갖기 시작했다. 선생님들과 시선도 제대로 맞출 수 있게 됐다. 이젠 아침이면 휠체어에 태워 달라고 조를 정도. 덩달아 성격도 명랑해졌다.

이너가 뛰어난 효과를 보이자 재활원 측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자비로 2대를 더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100여명 아이들 중 절반인 50여명이 이너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값이 비싸 선뜻 마련하기 힘든 것. 더우기 상태가 나쁜7명에겐 이너가 더 절실하다.

대구 소아과개원의 협의회 이정권 회장(한영한마음소아과)은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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