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파업 이모저모

입력 2003-04-18 12:01:41

○…17일 오후 2시부터 대구버스조합 사무실(영남대네거리 인근)에서 시작된 마지막 교섭에는 이동명 이사장 등 버스조합측 6명, 장용태 지부장 등 버스노조측 6명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3차례 정회를 거듭했으며, 회의 시작 7시간을 넘긴 밤 9시20분쯤 노조측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이날 교섭은 결렬됐다. 노조측은 그 4시간 후인 18일 새벽 1시20분쯤 다시 모습을 나타냈으나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만 밝힌 뒤 10여분만에 다시 떠났다.

○…밤샘 교섭에서 양측은 공동배차제 폐지에는 어느 정도 의견을 접근시켰으나 식대 및 기본급 문제에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노조는 식대 인상까지 거부하는 것은 임금을 올릴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식대 인상 관철을 특히 고집한 반면 사용자측은 거부, 17일 밤 9시20분쯤의 교섭 결렬선언 계기가 됐다.

노조측은 현재 노조원들의 가장 큰 불만 대상이 식사 문제라며 식대 인상 요구를 굽히지 않았으나 사용자측은 500원 올릴 경우 0.8%의 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난다며 기존 식대로 더 나은 식사가 가능토록 개선책을 찾자고 맞섰다.

○…대구시 이종술 교통국장과 이충복 대구노동청장이 중재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었다. 이들은 노사 양측을 오가며 기본급 5.8% 인상이라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이 역시 양측 모두 거부하면서 결국 18일 새벽 4시를 기해 파업으로 치닫게 됐다.

0…파업 시작 2시간50분 후인 18일 새벽 6시50분쯤에 노사 양측은 교섭 테이블에 앉았지만 다시 결렬됐다. 이때 사측은 기본급 인상안을 2.5%에서 3%로 높이고 하루 식대도 200원 올리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은 "할 말 없다"며 5분만에 회의장을 나갔다.

○…파업 예고 시간인 18일 새벽 4시가 되자 대구버스조합 직원들은 각 회사별로 버스 운행 여부 파악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다. 많은 시민들도 조합으로 문의 전화를 했다.

0…그러나 4개 버스회사는 운전기사들이 파업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파업에 불참키로 결정해 18일 오전 5시30분쯤부터 정상운행을 시작했다. 한 회사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해 운행 시간은 기사들이 적절히 조절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광남자동차 소속 한 운전기사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광남자동차는 노조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여서 다른 회사처럼 쟁의를 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 이 기사는 "같은 버스업종에 있는데 어떻게 파업 참가 기사들의 마음을 모르겠느냐"고 했다.

○…동신여객(칠곡) 사무실에는 20여명의 기사들이 새벽 4시20분쯤부터 속속 출근했으며 박성일(47.경력 8년)씨는 "임금교섭에 얽매여 시민들의 발을 묶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정상운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벽 4시50분쯤에는 30여대의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으며, 회사 이승호 총무부장은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새벽 투표를 통해 정상운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파업에 들어간 남도버스 경우 새벽 4시30분쯤부터 진천동 사무실로 운전기사들이 모여 들었다. 한 기사는 "기사 60여명 중 30여명만 나온 것 같다"며 "집이 멀어 파업 철회 때 곧바로 근무 복귀가 어려운 기사들이 주로 출근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한 기사는 "기사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 줄 오해하는 시민들이 있지만 요즘은 엄청난 교통체증에다 짧은 노선 운행시간 때문에 사고가 잦아 임금을 올려도 그 처리비용으로 고스란히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 58대 기사 127명 규모의 중리동 세한여객에서는 30여명의 노조원들이 밤새 임금교섭 진행 소식을 무전으로 체크하며 파업에 대비했다. 노조원들은 공동배차제 폐지, 임금 인상의 타당성 등을 홍보하는 유인물을 돌려 읽으며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고, 정상운행하는 4, 5대의 버스에 20여개의 생계란을 던지며 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운행 버스가 계란을 피하려 휘청거리고 승객들도 차창에 떨어지는 계란에 놀라며 불안해 했다.

○…관음교통(방촌동)에서는 새벽 4시30분쯤 50여명으로 늘어난 기사들 중 일부는 파업 돌입을 몰랐던듯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대부분은 교섭 결렬에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시민 불편에 대해서도 미안해 했으며, 대학생 아들을 뒀다는 김진상(49)씨는 "버스 파업으로 아들이 학교 수업에 늦지 않을까"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관리직원들도 새벽부터 나와 대책에 전전긍긍했다. 최정태 전무는 "파업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시민 불편은 물론 업체의 줄도산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하철 운행 중단 구간을 연결하던 무료 셔틀버스마저 운행을 중단하자 지하철공사 등에는 17일 밤부터 관련 문의와 불만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정현석(26.고산동)씨는 "제대로 안내도 없이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시켜 시간적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불평했다. 공사 관계자는 "영업부 직원들이 밤새 전화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버스가 끊긴 뒤 승용차들로 길이 복잡해지자 택시비가 오르고 일부에서는 바가지 시비까지 벌어졌다.

김민수(27.여.대구 도원동)씨는 "택시를 탔더니 요금이 평소의 2배 이상 나왔다"고 했다. 갓바위로 가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김정임(65.부산 대현6동)씨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택시를 잡으려 했더니 3만원이나 요구하더라"고 했다.

오전 6시30분쯤 남부정류장 맞은편에서 경산행 버스를 기다리던 택시기사 장추욱(44.경산 옥산동)씨조차 "경산까지는 택시비가 1만5천원이나 하니 밤새 운전으로 번 돈을 모두 출근비로 써야 할 판"이라고 했다.

○…등교길 학생들이 많은 애를 먹었다.

오전 6시30분쯤 방촌동 방촌역 부근 버스 승강장에서 최문희(16.경명여고)양은 "오늘 주번이라 일찍 집을 나섰지만 지각하게 됐다"고 안절부절 못했고, 대구은행 본점 맞은 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하교린(17.경북예고)양은 "우리 학교는 김천.왜관.하양.경산 등 장거리 통학생이 많은데 친구들이 어쩌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신암동 큰고개오거리 버스 승강장에는 오전 7시부터 50여명의 시민이 파업을 모르고 버스를 기다리다 뒤늦게 택시를 잡느라 차도로 진입, 자동차들과 뒤섞이는 혼잡을 빚었다. 이정숙(55)씨는 "파업 사실을 모르고 나오느라 택시비도 없다"며 "칠곡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고 애를 태웠다.

동대구역과 고속터미널 부근도 택시를 타고 내리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일대 도로는 차량들이 몰려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사회1부

○…17일 오후 2시부터 대구버스운송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협상에는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이동명 이사장 등 사측에서 6명, 전국 자동차노조연맹 장용태 대구버스지부장 등 노조측 6명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채 3차례 정회를 거듭하다 회의시작, 7시간을 넘긴 밤 9시 20분쯤 노조측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결렬됐다.

이후 버스조합사무실에는 협상에 들어간 6명과 업체 대표자 10여명, 조합직원 10여명이 남아 협상재개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사태수습을 위한 회의를 수시로 열기도 했다. 밤이 깊어 지면서 일부 관계자들은 쇼파에 기댄채 눈을 부치기도 했고, 조합직원들이 마련한 컵라면 등의 야식을 먹으며 지리한 기다림을 이어갔다.

18일 새벽 1시20분쯤 회의장을 떠났던 장 지부장 등 노조측 관계자 3명이 회의장을 찾아 협상재개가 이뤄지는 듯 했으나 10분정도 머물며 자릴 뜨는 바람에 결국 협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노조측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대구시와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들이 노사측을 오가며 기본급 5.8%인상의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노사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결국 18일 새벽 4시를 기해 파업으로 치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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