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태권주부, 얍!"

입력 2003-04-18 11:58:22

36세의 주부 서은미(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27일 치르는 태권도 승단 심사를 앞두고 가슴이 설렌다.

서씨뿐만이 아니라 함께 태권도를 하는 이웃의 주부 14명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년여간 고생하며 배운 태권도를 통해 하나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태권도 유단자인 남편과 함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동네에 있는 '키즈 태권도장' 을 찾았다.

차츰 태권도에 매료된 서씨는 이웃 주부들에게 권유해 30여명이 이 도장을 찾게 됐다.

주로 어린이들이 다니는 이 태권도장은 도장 간판이 무색하게 주부들에 의해 일각을 점령(?)당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시간30분 동안 수련을 하는 이들은 처음에 살을 빼거나 건강 관리차 다닌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가 호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임종만(34) 관장의 엄격한 방침에 따라 품세, 대련, 격파 등 강한 동작을 요구하는 격투기면서 정신 자세를 강조하는 태권도 수련과정이 이들에게는 벅찼다.

서씨는 "처음 몇 달 동안은 모두 토하고 쓰러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태권도를 하는 권미자(33)씨도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 허벅지 근육의 실핏줄이 터지는 등 몸이 아파 한의원, 외과, 정형외과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의사들도 '당장 그만두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힘들어 도중에 그만둔 이들도 있었지만 15명의 주부는 오기로 버티며 힘든 과정에 적응해 나갔다.

그러면서 소극적이기 쉬운 자신이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됐다.

최영주(37)씨는 "태권도를 하기 전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걷기도 힘들고 심하면 휠체어를 타기도 했으나 지금은 말짱해졌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태권도를 하는 것은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태권도 종주국이면서도 주로 어린이들에게만 태권도를 시킬 뿐 성인들은 거리를 두고 있는 국내 태권도가 전 계층에게 다가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가족이 함께 태권도를 하거나 남녀노소 관계없이 태권도를 수련하는 등 종주국이 오히려 배워야 할 만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임 관장은 처음 이들이 해낼까 반신반의했으나 엄격한 과정을 견뎌내자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도장에게도 수련 계층을 다양화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 교육의 원칙을 강조하다보니 주부들이 힘겨웠겠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이 얻게 되는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며 "자녀들을 태권도장에 보내는 부모들도 태권도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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