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현장 훼손 수사 '지진부진'

입력 2003-04-07 11:59:03

검찰의 대구지하철 참사 수사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수사대상자들에 대한 별다른 혐의점도 나타나지 않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법은 4일 윤진태 전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여 "현장훼손과 관련, 증거인멸에 대한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윤 전 사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현장에 유류품이 있었는지 몰랐고, 지하철공사 책임자로서 사고현장을 조기 복구했을 뿐"이라며 현장훼손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따라 지시를 받고 현장을 청소한 실무자는 구속되고 지시를 한 책임자는 구속되지 않는 결과가 빚어졌다.

이와 관련해 대검 특별수사본부는 다시 보강조사를 할 계획이지만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보강조사 결과에 따라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사장에 대해 2차례나 영장이 기각한 상태에서 증거인멸에 대한 명확한 보강자료가 없는 한 검찰의 영장 재청구는 물론이고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영장이 발부될 지 미지수이다.

조해녕 대구시장의 경우 현장청소 지시여부 등 윤 전 사장과의 연결고리를 캐는 수사가 핵심이지만 윤 전 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소환조사가 답보상태에 빠지게 됐다. 검찰은 7일 "조 시장을 다시 소환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경의 현장 수사 지휘 및 현장 보존 책임과 관련해 검찰은 "의혹이 있다면 누구든 수사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 대구시와 지하철공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여서 검.경에 대한 수사는 착수조차 되지 않은채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녹취록 조작 관련자 9명의 경우 7일로 수사 착수 20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경찰에서 조사한 내용이 맞는지, 어떤 범죄가 되는지 검토중"이라고 말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경찰 조사에서 녹취록 관련자 중 2명은 불구속입건됐고, 7명은 내사종결됐었다.

또 검찰은 7일 전동차 납품 비리 수사의 경우 당초 직접 수사를 하기로 했으나 방침을 바꿔 경찰에 수사지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현재로선 특별히 밝힐만한 사항이 없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수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경찰은 대구시 등을 상대로 전동차 납품 비리 연결고리를 캐고 있으나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납품비리가 드러나더라도 공소시효 문제가 걸려 수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대검 특별수사본부는 7일까지 1080호 기관사 최모(38)씨 등 9명을 구속하고, 전력사령실 직원 5명 등 10명은 불구속했다.

수사본부는 방화 피의자 김모(56)씨와 1079호 기관사 최모(32)씨에 대해선 주중으로 구속기소키로 했다. 또 단전과 관련된 전력사령실 직원 5명, 승객대피에 적절히 대응치 못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앙로역무원 2명과 종합사령실장 곽모(50)씨 등 8명은 이번주내로 구속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