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이 실시 예정일인 7월1일이 다가옴에 따라 통합 찬.반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재정통합을 1년6개월간 유예키로 했던 당시와 지금이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가간, 여야간, 이해단체간에 여전히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올 여름 건강보험 재정통합 문제는 사회 전반에 또 한번 요동치며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통합논쟁 재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97년 대선 후보 당시 건강보험 통합이 공약사항이었다. DJ 정부가 들어선 뒤인 1889년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통합에 합의한 이후 1998년 10월 1차로 전국 227개 지역의보와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 관리공단을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통합했다.
2000년 7월에는 직장의보와 지역의보 조직의 2차 통합이 이뤄졌고, 2002년 1월 재정까지 통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을 필두로한 민노총과 시민단체, 지역보험 등 건강보험 재정 통합론자와 분리론자인 한나라당, 한노총, 경총 등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1년 6개월 유예'라는 정치적 타협을 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이해 관계에 따라 통합, 유예를 반복하던 건강보험도 이제는 통합쪽으로 큰 가닥을 잡아가는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지지하고 민주당도 통합노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예정대로 오는 6월까지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월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을 강하게 추진하다 2000년 8월 의료계 파업 대란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던 차흥봉(61·한림대 교수)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건강보험 재정통합 추진기획단 공동단장으로 임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오는 7월 1일 예정된 통합을 앞두고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으로 나뉘어 운영되던 조직과 업무를 4월 말까지 통합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이에 반해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지난 2월 11일 통합을 백지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통합을 둘러싸고 찬.반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노총, 경총,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건강복지사회를 여는 모임 등 4개 단체도 같은 달 12일 직장과 지역의 건강보험 재정을 분리해야 보험재정의 안정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노총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조도 지난달 26일부터 8일간 '통합반대'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였다.
△분리.통합 주장=분리론자들은 소득파악률이 다른 상황에서 통합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분리론자들은 직장인의 경우 소득이 100% 노출되는 데 반해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율은 3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재정을 합치면 직장인들의 보험료만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따라서 단일부과체계 마련을 통해 보험료의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통합은 절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통합론자의 입장은 다르다. 소득파악율은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면 올리기자 매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 비율이 80%이상 될 때 통합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송상호 선전국장은 "2001년 이후 5인 이하 사업장도 직장건보 적용을 받기 때문에 현재 지역가입자는 30% 미만"이라며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분리론자들은 특히 통합의 대전제로 지역.직장 양측의 건보료 부과 기준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직장은 기본금을 기준으로, 지역은 재산.소득.자동차 부담세액 등에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4일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지역가입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보험료 단일부과체계를 1년 안에 만들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분리론자들은 또 과도한 소득재분배는 건강보험의 당초 취지를 왜곡하는 만큼 소세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통합론자들은 사회연대성 강화와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통합은 시대적 대세라고 주장했다.
△재정통합되면 뭐가 달라지나
가입자 입장에서는 재정통합 후에도 달라질 게 없다. 지금처럼 직장가입자는 소득, 지역은 소득 외에 재산,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한다. 이와 관련, 남상만 대구지역본부장은 "7월 재정통합이 당분간은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그대로 적용한다"며 "앞으로 단일화된 부과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건강보험 통합과 보험료 인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보험료 인상은 의사 진료비 총규모에 따라 결정될 뿐"이라며 "재정통합, 분리 논쟁은 정치권의 명분싸움"이라고 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지출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 직장과 지역으로 재정을 분리하는 구분계리 방식으로 지출을 했지만 통합 이후부터는 이런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
또 조직통합으로 직장 또는 지역 업무만 보던 전국의 각 지사는 관할지역에서 직장.지역 업무를 모두 수행하게 돼 가입자 입장에서는 편리하다는 것.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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