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4월

입력 2003-04-01 12:06:45

어느덧 4월. 우리는 손도 댈 수 없는 시간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간다.

겨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던 3월을 봄의 서곡이라 한다면 진짜 봄은 4월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분지라서인가, 대구의 봄은 유난히 짧다.

5월이 되면 이미 초여름의 내음이 실려오니 이 고장에선 4월 한 달이 봄다운 봄이라 할 수 있겠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엘리어트의 시구가 워낙 유명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4월의 이미지는 자못 애상적이다.

이맘때면 흔히들 즐겨 부르는 패티김의 '4월이 가면'은 경쾌한 탱고리듬과는 달리 4월과 함께 떠나갈 연인과의 이별을 슬퍼한다.

김광균의 시 '다시 목련'에도 '사월이 오면/목련은 왜 옛마당을 찾아와 피는 것일까/ 어머니 가신지 스물 네 해/ 무던히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잔디잎이 눈을 뜰때면/어머님은 내 옆에 돌아와 서셔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신다…'며 돌아올 수 없는 모정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편 서양에선 4월의 기원에 대해 '아프로디테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아프릴리스(Aprilis)'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열린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프리레(Aprire)'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사랑과 미의 여신이고, 아프리레는 계절의 열림을 뜻하는 말이니 4월의 본디 이미지는 밝고 화사하다.

그래선지 서구에선 4월의 첫날을 에이프릴 조크(April Joke)로 시작한다.

악의없는 가볍고 유쾌한 거짓말로 서로 살짝 속이고 속히며 웃음꽃을 피운다.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높은 자리의 보스도, 근엄한 스승도 자칫'4월 바보(April Pool)'가 되거나 '4월 물고기'(4월에 고등어가 많이 잡히는 프랑스에서는 4월 1일 속는 사람을 4월 물고기라는 뜻의'뿌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로 부른다)가 돼버리니 이름마따나 만인이 바보가 되는 날(萬愚節)이다.

하지만 뭐니해도 4월은 생명의 계절. 빈 텃밭에 씨를 뿌리고, 뜨락에 새 나무를 심을 철이다.

우중충하던 천지는 시간시간 생명의 초록빛깔로 물들어 간다.

우리 마음밭에도 씨앗을 뿌릴 때다.

패배감과, 불만, 증오의 뿌리를 뽑아내고 대신 그 자리에 희망과 감사, 사랑의 씨앗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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