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촌지 선생님

입력 2003-03-28 12:02:55

포항 ㄷ초교 1학년 ㅇ반 학부모들은 요즘 불안하다.

담임 ㅇ모(55·여)교사 때문이다.

지난해 이 학교 2학년ㅇ반 반장선거날. 어린이들이 반장 후보를 지원한 가운데 한 남학생이 담임의 제지로 출마를 포기했다.

"다음 학기때 출마하라"는 말과 함께.

담임은 학부모들에게 "평소 학생 부모가 바빠 학교에 못오는 점으로 미뤄, 반장이 되더라도 부모가 학급 일을 도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재기자에게는 "공부를 못하는 데다 지각이 잦았다"고 말했다.

문제의 교사가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자 학부모와 학생들의 입소문을 통해 이같은 소문들이 퍼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비단 이들 학부모뿐 아니라 초교생, 특히 새내기 저학년 학부모들은 신학기가 되면 불안해 한다.

어린 자녀가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여기엔 '촌지(寸志)'문제가 따라붙는다.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당연히 인사해야 하는 연간 촌지 횟수는 학기초와 스승의 날, 추석, 설날 등 4번. 이를 무시한 학부모들은 항상 가슴을 졸이게 되고 이 불문율은 고학년보다 저학년에서 더 많이 지켜진다는 것.

어쩌면 촌지가 '우러난 마음을 나타낸 작은 성의'란 뜻 그대로 자식을 맡은 교사에게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서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촌지를 주지 않는다"며 불이익을 주거나 괴롭힌다는 특정 교사들의 소식을 접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학부모 대부분은 "찍히면 반장선거 출마 제외를 비롯, 심하게 꾸중하기, 발표할 기회 안주기, 상 안주기, 체벌하기 등 불이익이 많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물론 촌지와 괴롭힘과의 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자녀를 맡긴 부모 입장에서는 알고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계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밸런타인데이 전날인 지난 2월13일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은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바람에 학교근처 초콜릿이 동이 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화장실에 휴지걸이가 다 있는데도 "엄마가 휴지걸이 사서 학교에 오셔야 한다"고 말하는 교사가 있을 때 교육당국은 촘촘한 그물식 감찰에 나서 문제 교사를 견제해야 할 것이다.

박진홍(사회2부)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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