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LG필립스 공장유치 무산

입력 2003-03-28 12:05:03

정부가 100억달러 규모의 LG필립스 LCD 경기도 파주 공장설립을 사실상 승인, 구미지역 유치를 기대했던 대구.경북으로선 커다란 상실감에 빠지게 됐다. 특히 국정과제의 한 축으로 지역균형개발을 주장했던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의 과밀억제 차원에서 도입된 '수도권공장총량제'를 어기면서까지 파주공장을 허용키로 한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사실 파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성장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공장신설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이다. 또 파주는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접경지로 한국전쟁 이후 50여년간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돼온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대규모 공장건립시 군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소외된 휴전선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접경지역 지원법'에 따라 공장설립 승인이 없어도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법에는 개발 전 자연생태계 보전대책을 명시하는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최근 구미출신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파주공장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접경지역 지원법' 내에 환경영향평가를 명시하는 조항을 삽입한 '접경지역 지원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나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여기다 정부까지 가세,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풀더라도 LG필립스의 파주공장 설립문제를 마무리지을 방침이어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공장총량제'에 따라 파주에 배정한 공장총량이 30만평에 불과하자 인근의 20만평을 지방산업단지로 지정, 50만평 규모의 공장설립을 충족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수도권 과밀현상을 막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 공약까지 마련했음에도 외국인 투자유치를 명목으로 수도권 규제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은 지역균형개발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김성조 의원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재와 인프라를 지방에 분산시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수도권 억제정책의 핵심사항인데도 오히려 수도권의 기존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특히 LG필립스 LCD의 경우 현재 구미 국가3공단 내에 5세대 LCD 생산라인은 물론, 디스플레이어 산업기기 생산과 관련한 원자재, 중간재 등 협력업체 체계가 조직적으로 구축돼 있다. 때문에 구미시민들은 LG필립스 LCD의 차세대 공장이 파주에 들어설 경우 구미시 협력업체들의 연쇄이전과 고용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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