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합숙소 방화 실태

입력 2003-03-28 11:58:28

충남 천안초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참사로 교내 합숙소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내 일부 초.중.고교 운동부 합숙소도 대형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합숙소 대다수는 좁은 공간에 많은 학생이 침식을 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탈출통로가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거나 샌드위치 패널 등 화재시 쉽게 불이 번지는 자재로 만들어진 가건물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합숙소 운영.관리예산을 교비나 학부모 회비에만 의존하고 있어 개.보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27일 오후 3시쯤 서구의 한 초교 축구부 합숙소. 5년전 화장실을 개조해 만든 이곳에는 모두 17명의 학생들이 연 10일 가량 합숙훈련을 한다고 했다.

이곳은 하나뿐인 방 입구가 부엌으로 통하게 돼 있어 천안초교 화재처럼 부엌에서 화재가 나면 불길을 뚫고 탈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학교 측은 이날 부랴부랴 합숙소 창문 두 곳에 '비상탈출로'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학교 창고를 개조한 북구의 한 초교 야구부 합숙소는 학생 15명이 7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소방법상 두도록 한 소화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또 숙소 천장에는 전깃줄이 이리저리 얽혀 있었고 방에서 세면대로 통하는 통로도 학생 한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아 긴급사태시 탈출로가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합숙기간이 1년에 약 일주일에 불과한데다 예산도 없어 숙소 개.보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구의 다른 초교 야구부 합숙소도 비좁기는 마찬가지였고 방과 부엌 사이가 틔어져 있어 부엌에서 불이 날 경우 연기가 그대로 방안으로 들어찰 수밖에 없었다.

이곳 야구부 감독은 "매년 조금씩 안전을 위해 내부환경을 바꾸고는 있지만 지원이 부족해 시설개선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초교 뿐 아니라 일부 중.고교 운동부 합숙소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대구교육청이 이달 '학교 운동부 기숙시설 운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초교 합숙소 1곳은 기숙시설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학교 합숙소 4곳과 고교 합숙소 2곳은 유해연기를 대량 발생시키는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지어진 임시건물이어서 화재시 대형참사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교내 합숙소에 대한 관할 소방서의 점검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소방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학교 소방점검은 2년에 한 차례 이상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합숙소에 관한 별도의 점검지침은 없었다.

서구의 한 축구부 합숙소 경우 지난 2000년 2월 이후 한 차례도 소방서의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등 대다수 학교가 소방서 점검 대신 자체 점검에만 의존하고 있다.

대구시내 전체 393개 초.중.고교중 합숙소를 운영하는 곳은 초교 8곳, 중학교 17곳, 고교 26곳 등 모두 51곳이며 초교 100여명과 중.고교 900여명 등 1천여명의 학생들이 운동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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