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부터 3일간 대구시 검단동 한국패션센터에서 제15회 대구컬렉션이 열렸다.
대구국제섬유박람회 PID 행사 기간 중 열린 이번 컬렉션엔 매회 1천여석의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대구컬렉션은 지역의 디자이너는 물론 서울, 해외 디자이너들까지 참석, 최근 패션 트랜드를 선보이는 국내 최고 수준의 패션쇼.
화려하고 역동적인 '패션쇼' 뒤엔 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가려져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함께 만들어가는 패션쇼의 무대 뒤에는 또다른 세계가 있다.
22일 패션쇼 시작 한 시간 전, 무대 뒤 모델 대기실. 전날 새벽까지 무대 리허설을 하고 오전 8시에 대기실에 다시 모인 터라 모델들은 피곤함을 감추지 못했다.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 등 준비를 끝낸 모델들은 여기저기 모여서 게임을 하거나 이야기하며 피곤과 긴장을 애써 달랬다.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거울 앞에 앉은 모델도 있었다.
거울 앞에서 한참을 화장과 씨름하던 2년차 모델 최여진(21·여)씨는 "요즘같이 봄이나 가을에 패션쇼가 많이 몰려 있어 힘들어요. 오전 6시에 일어나 새벽2시까지 강행군을 하거든요. 모델이 약해보여도 기본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라며 은근히 건강미를 자랑했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은 주로 디자이너가 의상과 어울리도록 스타일을 제시한다.
7년째 컬렉션 무대 화장 7년차 김영현씨는 "패션쇼의 메이크업은 보통 디자이너의 요구에 따르는 편이죠. 그러나 모델 자신이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컨셉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 안에서 조금 고치기도 합니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각, 패션쇼장 바깥엔 벌써 수십 명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는 정유진(21·여·영남대 의류패션전공 2년)씨 등 3명은 "대구에서 컬렉션이 열리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꼭 오고 싶었어요. 수준급의 작품을 직접 보면 공부도 많이 됩니다".
중년의 아주머니들도 패션에 관심이 있기는 마찬가지. 친구 7명과 함께 왔다는 정승화(53·여)씨는 "기회만 있으면 꼭 패션쇼를 구경하려 간다"며 "직접 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니지만 좋은 옷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
패션쇼 시작 10분 전. 대기실에서 무대에 오를 시간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모델들은 '옷 입으세요'라는 진행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활기를 띠며 자신이 선보일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은 모델들은 전면 거울 앞에서 마지막 워킹 연습에 몰두했다.
이날 모델들의 도우미는 대구미래대학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맡았다.
이들의 임무는 모델들의 의상과 소품을 챙기는 것. 간단하게 보이지만 보통일이 아니다.
보통 신발과 소품 등이 의상에 맞춰 정해져 있기 때문에 10여개의 옷과 신발, 소품 등을 짝에 맞춰 챙겨야 하는 것.
드디어 시작이다.
순서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던 모델들은 힘차게 무대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전의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당당한 걸음걸이와 쏘아보는 듯한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무대를 돌아 다시 대기실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모델들은 주변 남자 직원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벗어 던지고 재빨리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다시 무대로 나가야 하기 때문. 패션쇼가 열리는 30분동안 한 무대에서 모델은 4, 5벌의 의상을 갈아입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덜기 위해 도우미는 상의를 입혀주고 하의는 모델이 직접 입었다.
메이크업 담당자들은 화장 도구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델들의 화장을 고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헤어 디자이너들도 머리카락이 조명에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분무기를 들고 다니면서 모델들의 머리에 물을 뿌렸다.
화려했던 쇼가 끝나자 디자이너에게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이후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이젠 행사 진행 도우미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도우미들은 흰 천으로 덮인 플로어로 올라가 발자국을 지웠다.
흰 천은 매일 교체하지만 쇼를 하는 동안 생긴 발자국은 당일 다음 쇼가 열리기 전에 지우는게 보통. 도우미 윤명규(22·여·대구가톨릭대 3년)씨는 "엎드려서 발자국을 일일이 지워야 해 힘은 들지만 재밌는 것도 많아요. 모델들을 가까이에서 볼수도 있고, 친한 친구들 오면 살짝 먼저 들여보내주기도 하지요"라며 속삭이듯 말했다.
또 행사 도우미들은 VIP석에 일반 관람객을 앉지 못하게 막거나 팜플렛 및 의자 정리 등 뒷정리에 쉴틈이 없었다.
행사 도우미들이 장내를 정리하는 동안 스태프들은 무대 장치를 바꿨다.
연출을 맡은 마성룡씨는 "무대를 다시 설치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20분밖에 없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와중에도 총연출 최신섭씨는 행사 도우미들에게 "나도 플로어 닦는 일부터 시작했었다"며 격려하는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
같은 시각 무대 뒤 대기실은 더욱 바빠졌다.
디자이너가 바뀌면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다시 고쳐야 하기 때문. 메이크업 담당자는 짧은 시간에 20여명의 모델 화장을 지우고 다음 무대 의상 디자이너가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새로 메이크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우미들도 이전 무대 의상을 정리하고 새 의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무대 위 조명과 음악 담당자들도 새로운 음악을 준비했다.
음악감독 최우석(36)씨는 "음악은 디자이너가 정해줄 때도 있지만 보통 맡기는 편입니다.
쇼의 성격을 분석한 뒤에 음악을 정하는데, 외국에서 곡을 사오기도 하죠"라며 쇼 음악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또다시 새로운 무대는 시작됐고 디자이너와 모델, 화려한 의상을 향한 관객들의 갈채는 계속됐다.
대경대 모델과 신상원교수는 지금과 같은 패션쇼의 경향은 점차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모델들이 무대 위에서 획일적으로 정해진 워킹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상에 맞는 워킹과 속도, 몸짓을 연구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면 뮤지컬같은 종합적인 예술무대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옷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해야하는 것이죠".
인기 모델 스타일도 변하고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귀엽고 예쁜 신인들이 인기였죠. 그러나 오리엔탈리즘 패션이 유행하면 눈이 작고 광대뼈가 나온 동양인들이 세계 무대로 많이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모델로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노력과 함께 유행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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