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신고...철회...잇단 혼선

입력 2003-03-25 13:18:20

이모(29·경남 창원)씨의 형(34)은 지난달 18일 지하철 참사 이후 연락이 끊겼다며 동생의 휴대전화 번호와 신체 특징 등을 적어 참사 수습대책본부에 실종자로 신고했다. 이씨는 그 3개월 전부터 이미 가족과 연락 불통 상태였으나 경찰과 수습대책본부는 신고를 접수 받았다.

그러나 이씨의 외삼촌 김모(52)씨는 지난 20일 경찰 수사본부에 "전화 연락이 이뤄져 대구 감삼동 ㄱ여관에 살면서 막노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19일 밤 확인했다"며 실종신고 철회를 통보했다. 그에 앞서 경찰은 거듭된 조사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자 인정사망 심사 대상자 201명 중 한 명으로 포함시켜 심사위원회에 넘기기까지 했었다.

가출한 지 일년이 넘은 노모(51·경산)씨의 가족들도 지난 1월의 마지막 통화 이후 월 1, 2차례 있던 가족과의 전화 연락마저 두절됐다며 실종자로 신고했다. 이때문에 노씨는 최종 단계인 인정사망 심사 대상에까지 포함됐다가 지난 19일 가족들과 연락이 이뤄졌다. 가족들은 "지하철 사고 후 일절 소식이 없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해외동포가 국내 여행을 하다 연락이 두절돼 신고된 경우도 있었다. 캐나다에 사는 오모(52)씨 부부의 친지 박모(49)씨는 오씨 부부가 여행 중 한달여 동안 가족·친지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지하철 참사 관련 실종신고를 내 인정사망 심사 대상자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캐나다에 있는 오씨의 아들(16)은 지난 20일 "부모와 연락이 닿았으니 신고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 이 부부의 실종 신고도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 지하철 참사가 가정 불화나 생계곤란 등으로 인한 장기가출 및 행방 불명, 수배로 인한 도피 생활 등 가족을 찾는 '이산가족 찾기'의 기회도 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의 가출·실종 신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일단 실종 신고만 되면 경찰과 행정기관들이 행방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성과도 기대할만 하다.

참사 발생 후 경찰에 실종신고된 사람은 무려 619명. 그 중 344명은 경찰 조사를 통해 생존자로 확인됐고 경찰이 인터넷 IP주소를 추적해 생존 사실을 밝혀낸 사람도 10여명이나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201명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해 인정사망 심사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그 중 13명의 소재는 그 후에 또 밝혀졌다. 일부는 경찰조차 찾아내지 못하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생존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존이 확인된 실종자들 중 상당수는 "가족들에게 휴대전화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아 달라"고 강력히 요구, 이산가족 재결합까지 진척되지 못한 경우도 적잖다고 경찰은 전했다.

인정사망 심사위 김준곤 위원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외에도 35명 정도가 사건과는 관련성이 낮은 장기 가출자로 판단돼 마지막 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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