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 시신 인도 난항

입력 2003-03-14 13:29:25

대구지하철 참사 최대 쟁점으로 부각한 희생자 유해 인도가 경찰, 실종자 가족, 대구시 등의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때문에 시신의 유족 인도 시기가 늦어져 길게는 몇달 걸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과수=국과수 집단사망자관리단은 신원 확인자 명단을 13일 지하철참사 수사본부에 통보한 뒤 14일 오전 9시부터 가족들에게 인도할 계획이었다.

국과수는 유해 149구 중 병원에 있는 1구를 포함해 20구의 신원을 현재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에 따라 13일 오전 수사본부에 신원 확인자 명단을 통보하고 대구시에는 영구차·관·수의 등 장례물품 준비를 요청했다.

또 국과수와 경찰은 유해 인도에 대비해 13일 오후 4~6시 사이 월배차량기지에 유가족 대기실을 마련하고 인도 행사 연습을 실시했다.

이원태 집단사망자관리단장은 14일 "오늘 유족들이 시신을 받지 않더라도 우리로서는 시신 인도 준비를 마무리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시신 인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주일 가량 더 시신을 보관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고 말했다.

◇실종자가족 대책위=그러나 실종자 가족 대다수는 신원이 확인된 시신에 대한 개별 통보 접수를 거부하고 전체 시신에 대한 신원 확인이 끝난 뒤 일괄 인도받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실종자 가족 30여명은 13일 오전 대구지하철 참사 수사본부를 찾아 가 개별 인도 방침에 강하게 항의하고 신원 확인 유해에 대한 경찰의 입장 표명과 앞으로의 처리 방향 제시를 요구했다.

윤석기 위원장은 "유족이 확인도 안된 상황에서 명단이 공개될 경우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원이 확인된 유해 20구 명단을 공개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위에 위임장을 내지 않은 일부 가족은 대책위 방침과 달리 개별 신원 확인과 유해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김모(22)씨의 아버지(56·부산 대연동) 등 실종자 가족 9명은 이날 오후 수습대책본부와 수사본부를 잇따라 방문해 신원 확인 유해 명단에 자신들의 가족이 포함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강대형 지하철참사 수사본부장은 13일 "실종자가족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과수에서 신원 확인된 시신 명단을 통보받더라도 유족에게 통보하지 않겠다"며 "인정사망 심사위원회가 인정사망을 확정한 후 명단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국과수에서 명단이 오는대로 유족들에게 통보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날 실종자가족 대책위의 반발로 철회한 것.

그러나 실종자 가족 중 대책위에 위임장을 내지 않은 9명이 이날 오후 6시30분쯤 수사본부에 찾아 가 명단의 신속한 통보를 요구하자, 중부경찰서 신승부 수사과장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명단을 유족들에게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경찰 범죄수사 규칙'에 따르면 국과수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사체는 경찰이 최종 신원확인 서류를 국과수로부터 접수한 뒤 유족에게 인도하도록 돼있다.

이 규칙은 형사소송법 222조 '변사자 검시' 조항에 근거를 둔 것.

경찰 관계자는 "범죄와 관련된 경우 검사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지하철 참사는 방화범의 범행이 명백해 검사가 이미 일괄 지휘를 내린 상태"라며 "신원이 확인된 사체 인도시 경찰이 따로 검사의 지휘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국과수가 신원을 확인한 20구의 유해는 유족에게 즉시 인도할 수 있다는 것.

◇대구시=수습대책본부는 14일 유족들이 장례를 요구해 올 경우에 대비해 병원별로 시신을 보관할 냉동고 및 장례식장을 확보했다.

관·수의 20개 및 영구차 20대를 준비해 대기시켰다.

대책본부는 또 공무원 30명으로 장례지원팀을 구성해 장례절차 안내, 장례비 전달, 시립 화장장 무료 사용 안내, 개별 장례의 일시·장소 파악 등을 하고 있다.

시신 인도부터 장례 완료 때까지 가구당 1, 2명의 공무원을 배치해 유족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최병고·최두성·전창훈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