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 초교도 위장전입 기승

입력 2003-03-14 13:30:21

농촌지역 학생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데 비해 경북지역 일부 중소도시의 특정학교에는 위장전입까지 기승을 부려 읍.면을 제외한 시내 초등학교에서도 학생수가 30배 가량 극심한 편차를 보이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심각하다.

같은 시 지역이라도 일부 학교는 학생수 감소로 학년간 합반 수업을 하고, 다른 학교는 학생수 급증으로 2부제 수업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안동시내 13개 초등학교(읍.면 제외) 중 서부, 복주, 길주 등 5개 초교 학생수는 7천283명으로 전체 초교생 1만558명의 70%를 차지한다.

학급당 학생수는 40명에 육박한다.

같은 시내지역의 송천초교는 전교생이 52명에 불과하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며 상주인구가 늘어난데다 다른 지역에서 위장전입과 학구위반 취학을 일삼기 때문에 학생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안동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시내 초등학교 편법 전.입학생은 전체의 약 15%인 1천488명이며, 올해 신학기에도 최소 1천명이 위장 전.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2000년 이후 이들 5개교에 예산 30억여원을 투입, 교실 38개를 증설했으나 교실부족은 여전해 일부는 2부제수업을 해야 할 형편이다.

나머지 8개교는 학생 감소로 남는 교실을 특별활동실이나 교사연구실로 활용하고 있다.

홍광중 안동교육장은 "인구 감소와 유학으로 농촌 중소도시 학생은 갈수록 줄어드는 데도 수십억원을 들여 교실을 계속 증설하는 상황은 뭔가 잘못된 것"이라며 "막연한 기대감으로 특정학교로만 몰려들면 오히려 면학환경이 나빠지고 결국 자녀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학부모들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했다.

포항의 경우 최근 신흥 아파트단지로 조성된 대이동 이동초교의 과밀화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 2001년에 개교한 이 학교의 적정 학생수는 24학급 840명. 13일 현재 42학급 1천710명을 돌파, 반당 학생수가 40명에 이른다.

특기적성교실을 교실로 바꾼 탓에 컴퓨터.영어.무용 등을 가르칠 공간이 없어졌고, 교사 연구실과 교무실 일부까지 교실로 개조해 교사 전체회의도 사라진 지 오래다.

가뜩이나 많은 학생수에다 지난해 교실 12개를 신축한 탓에 운동장이 비좁아져 5월 '배꽃학생운동회'를 이틀에 나눠 열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급식식당이 턱없이 작다보니 1학년 급식이 시작되는 4월부터는 급식이 오전 11시 이전에 시작해 오후 1시 이후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게다가 매학기 최고 100여명이 넘는 위장 전입이 이뤄지고, 내년 6월 인근 신축아파트에 500가구가 입주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학생수는 무려 1천900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적정학생의 2배를 훨씬 웃도는 셈이다.

이동초교 이모(45) 교사는 "지난해 6학년 한반 학생수가 무려 50명을 넘었으나 학기 중이어서 학급을 신설할 수 없었다"며 "주거 환경과 학교시설이 좋다는 이유로 멀리 시내쪽에서도 위장 전입을 한다"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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