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미국의 왜?

입력 2003-03-13 12:14:18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미국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반전(反戰) 여론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이라크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쟁의 결과는 금년 가을쯤에는 바로 한반도의 장래와 밀접한 관련을 짓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전쟁을 치르거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상당히 꺼린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여 타국의 리더십에 끌려가는 것은 더욱 싫어한다.

경제와 향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라크와의 전쟁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세계의 이목은 다시 한번 미국의 여론과 리더십에 쏠리고 있다.

우리도 그 동안 미국의 맹방(盟邦)으로서 미국의 리더십이 지닌 특징을 다시 한번 검토해볼 시기인것 같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은 크게 이상주의적(Idealistic) 경향과 현실주의적(Realistic) 경향 두 갈래로 분류된다.

전자는 자유무역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등의 이슈를 내세워 세계적인 기구를 만들고 국가간의 협약을 이끌자 한다.

반면 후자는 미국의 국가이익과 미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전자와 차이를 보인다.

이상주의적 리더십은 다시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해밀턴(Alexander Hamilton)으로 대표되는 리더십과 28대 대통령 윌슨(Woodrow Wilson)으로 대표되는 리더십으로 다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자유무역과 개방경제 정책을 내세우고 후자는 민주주의의 확산과 인권신장 등을 주창하였다.

최근의 부시1세 행정부나 빌 클린턴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체제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해밀턴 신봉자들(Hamiltonians)의 정책으로 이해될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의 인권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카터 대통령이나 평화봉사단을 조직하여 세계의 저개발국에 파견했던 케네디 대통령은 윌슨주의 신봉자들(Wilsonians)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금 우리가 관심 있게 보아야 할 리더십은 현실주의적 경향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3대 제퍼슨(Thomas Jefferson)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리더십과 7대 잭슨(Andrew Jackson)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리더십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원래 연방제에 반대했고 거대조직의 부작용을 염려하여 개발전략이나 도시화 등을 반대하는 정직한 농부들의 이익을 대변코자했다.

후자의 경우 잭슨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미 미국의 인디언들과 처절한 전투를 통해 이들을 제압했고, 1812년 뉴올리언스에서 영국군을 완전히 물리친 승부사였다.

주한 미 문화원장 라운즈(Stephen R. Rounds)박사에 따르면 지금 부시 행정부의 국제관계 정책은 잭슨의 현실주의적인 정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중산층을 대변하며 주체성과 평등.개인주의 등을 신봉해 전쟁에도 룰이 있어야 하고 비겁한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자는 명분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9.11테러를 자행한 비겁한 적인 빈 라덴의 후견 세력이며 미국을 공격할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이러한 적의 개념으로 부시는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믿을 수 없는 적에겐 복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자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치적 상황은 한반도의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의 김정일은 분명히 믿을 수 없는 적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부시는 이러한 적과의 협상을 기피하고 정면 승부를 걸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부시1세까지도 반대하는 이라크 전쟁을 기어이 수행한다면 그 다음은 어디가 그의 목표가 될지 우리에겐 적잖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제발 북한의 오판이 없기 바란다.

유명우 호남대 교수 한국번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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