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설득력 얻는 운영개선안

입력 2003-03-06 12:45:33

대참사까지 잇따르자 대구지하철이 애물단지가 됐다.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는데다 대구시 살림을 거덜내다시피 한 지하철을 왜 만들었느냐는 한탄에서부터, 이 참에 건설 및 운영을 중앙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대구지하철에 대해서는 건설 구상 단계 때부터 회의가 제기됐었다.

대구시 살림 사정상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을 감당해 낼 수 있겠느냐는 것. 그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지금 대구시는 지하철때문에 전국 대도시 중 최악의 부채비율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대구시 본청의 채무는 2조2천689억원. 올해 대구시 일반회계 예산 1조6천억원보다 많다.

올해 대구시가 상환해야 할 부채도 3천171억원으로 일반회계의 20%에 가까운 규모나 된다.

이 돈을 상환하고 경상비까지 빼고 나면 대구시가 올해 시민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사업비는 5천억원도 채 안된다.

대구시 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지하철 빚이다.

총 2조1천680억원을 차입해 8천364억원을 상환하고 작년 말 현재 남은 지하철 빚은 1조3천316억원이나 된다.

인천(5천200억원) 광주(3천억원) 대전(2천억원)과 비교가 안되는 규모. 3호선을 건설 중인 부산은 지하철 부채가 2조6천500억원이었지만 중앙정부 산하 '부산교통공단'이 설립되면서 2조3천억원을 떠 안고 갔다.

그때문에 부산의 지하철 부채 규모는 광주와 비슷한 3천500억원에 불과하다.

대구가 다른 도시보다 국비 지원을 훨씬 적게 받으면서 무리하게 지하철 건설을 추진해 빚더미에 눌리게 된 것이다.

대구지하철 1호선의 국비 지원률은 25%에 불과했으며 2호선도 50%에 그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들어가야 할 돈 역시 엄청나고 1호선 운행 적자까지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총 건설비가 2조2천876억원인 2호선 공사의 현재 공정은 70%에 불과해 앞으로 6천억원이나 더 들어가야 한다.

대구지하철공사가 안고 있는 1호선 부채도 5천238억원에 이른다.

2015년 이후나 돼야 1호선 빚이나마 다 갚을 수 있다는 것이 지하철공사 판단이다.

이처럼 열악한 재정 때문에 안전 관련 투자가 뒤밀려 결과적으로 이번 같은 대참사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대참사 여파로 지하철 승객이 줄어 운영적자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구시 김인환 예산담당관은 "1호선의 올해 예상 운영적자는 360억원이었지만 이번 참사 여파로 적자폭이 130억원 정도 늘어나 500억원에 이를 전망이고 이는 고스란히 대구시의 일반회계에서 보전해 줘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구시의 재정 여건 및 부산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2호선 건설에 대한 국비 지원율을 현재의 50%에서 75% 정도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김기혁 계명대 교수(교통공학)는 "이번 대참사로 대구는 지금 지하철 건설을 추진 중인 다른 대도시보다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내기가 용이하다고 본다"며 "정부가 1·2호선의 운영 적자를 보전해 주고 3·4호선의 공사비를 전담하거나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또 "민간업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제3섹터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3호선 건설을 경전철로 추진해 대구시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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