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 고추장 문화

입력 2003-03-06 12:53:39

한국에서 할리우드영화를 볼 때는 시간도 돈도 두 배 든다.

두번 봐야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화면을, 두 번째는 자막을 본다.

그래도 읽을 수 있는 것은 80% 정도다.

그래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한국에서도 한글과 한자를 같이 쓰면, 한 번만에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점이다.

왜 한국에서는 한글 밖에 쓰지 않을까? 물론 한글은 외우기 쉽게 잘 만들어진 우수한 글자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외울 때 재미있다.

처음에는 퍼즐을 하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이런 문자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 한글에 애착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글은 정말 훌륭한 문화재라고 생각한다.

한자도 한글과 같은 훌륭한 글자다.

읽을 줄 몰라도 보면 그 뜻을 알 수 있는 한자 역시 대단하다.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인이라도 한자만 잘 알면 일본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면 한자의 이 장점을 활용해서 한글과 같이 쓰면 한국어도 더 편리한 언어가 될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자를 많이 쓰자"는 것이 아니다.

다른 문화를 알고 이해해야 자국 문화의 매력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요리가 맛있다"라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무조건 "한국요리가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국사람 밖에 없다.

어떤 나라에도 맛있는 요리는 있고 다른 나라의 요리도 맛있는 것을 알아야 "한국요리가 맛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에 가서도 식사할 때마다 가방에서 고추장을 꺼내 밥에 비벼 먹는 한국사람을 보면 "외국까지 나왔는데, 왜?"라고 생각한다.

처음은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그 맛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씹어 먹고 있으면 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거슬리겠지만 입에 넣어 잘 씹고 소화를 시켜 보세요". 식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국제적인 인물이다.

국제적인 인물이 되고 싶은 나는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

동료들은 나를 "돼지"라고 부른다.

나는 어떤 문화든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이시바시 하데키

(34.대구YMCA 자원봉사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