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그냥 푹 쉬고만 싶은데 어디 그럴 수 있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남자들에게서 기자가 자주 듣는 푸념이다.
각 가정마다 바깥나들이가 잦아지면서 가장들이 더 피곤해하고 있다.
'어디 가서 무엇을 하지?' 이 고민(?)은 돈은 많은데 쓸 데가 없는 이들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기름값 몇십원 오른다는 소식에도 한숨을 내뱉는 사람도, 자녀 학원비 때문에 끙끙 앓는 박봉의 직장인도 주말이나 휴가철이 닥치면 해야 하는 고민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 아내에게 괜찮은 남편으로 남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얇은 지갑 사정을 알 리 없는 철없는 아이들은 계속 놀러가자고 보채고, 아내도 은근히 눈치를 준다.
"쉬고 싶다", "바쁘다", "가까이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 놀러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저앉히는 것도 한두 번이다.
비슷한 처지의 가장들이 많고 차가 없는 가정이 거의 없다보니 좋다는 곳 주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사람에 떠밀려 제대로 보지도 즐기지도 못한 데다 귀가길에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 안에 갇혀 있으면 '콧구멍에 바깥바람 들어가니 좋다'는 기분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궁여지책으로 가까운 놀이공원이나 대형할인점을 나들이 코스로 선택하는 잔꾀를 부리기도 한다.
그래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놀이공원에서는 아이들이 탈 놀이기구 앞에 미리 가서 줄서는 것이 아버지의 주 임무고, 할인점에서는 싫어도 계속 걸어야 하는 짐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겨울은 그래도 나았다.
'너무 춥다'는 핑계로 외출을 건너뛸 수도 있었다.
그런데 봄이 왔다.
벌거벗었던 산이 새옷을 입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가족들의 나들이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고, 당연히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 할 가장들은 더 고달파질 것이 뻔하다.
주말만큼은 때때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푹 쉬고 싶은 가장들에게 주변 여건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 등으로 여가시간이 확대되는 것을 계기로 언론에서는 "이곳이 좋네, 저곳이 괜찮네"라고 더 떠들어댄다.
과거엔 가장은 '무게'만 잡고 있어도 됐다고 하는데 요즘은 그렇게 폼만 잡고 있을 수도 없다.
사회도 눈높이를 자녀들에게 맞게 낮추고 같이 놀아주는 그런 가장이 되길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회여!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이여! 일에 지친 40대 가장을 때로는 편안히 쉬게 내버려 두자. 집에서조차 쉬지 못하는 40대 가장에게서 뇌졸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하니.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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