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파격이 필요하다

입력 2003-03-06 09:09:24

지난 주 장관 인사 이후 '파격'이란 말이 유행이 되고 있다.

46세의 젊은 여성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에, 인구 5만의 '동장급' 군수 경력이 행정 경험의 전부인 약관 44세의 김두관 전 남해군수를 행정자치부 장관에, 49세의 '딴따라' 이창동 감독을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 '파격 인사'의 대표적 사례라고 입을 댄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하다.

'이번 인사가 파격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파격적으로 보는 시각이 타성에 젖은 것'이라고 시각 교정을 요구한다.

말하자면 '격(格)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격'이란 포장 뒤에 숨은 '타성'을 부수어 '격'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금까지의 관행은 '격'이었던가, '타성'이었던가? 서열을 중시하는 풍토에선 필연적으로 복종 문화가 발달한다.

복종은 아래가 아니라 위를 보게 만든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발탁은 이런 서열 문화를 없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직접적 효과를 겨냥했지만, 중요 국정 부서에 여성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여성의 사회 진출에 중요한 전기를 만드는 효과도 얻는다.

말 되지 않는가?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젊었지만 행정의 최일선에서 재임 기간동안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는 물론, 이미 지난 96년 언론으로부터 '청렴성 및 행정개혁 부문' 1위의 평가로 능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지방이 스스로의 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지방분권이 필수적이지만 예산과 인사의 실질적 권한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내놓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전 해남군수' 김두관 장관은 중앙 중심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할 수 있는 적임자이다.

서울에선 지방이 안 보이는 법이다.

역대 문화관광부는 문화예술인 출신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경력 챙기는 벼슬자리로 여겨 '점잖게' 폼만 잡다 가곤 했다.

그런 점에서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공익근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다 명예롭게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밝힌 취임성은 듣기가 나쁘지 않다.

'딴따라'의 역동성으로 우리 사회를 '오아시스'처럼 만들어 줄 문화부를 기대한다.

이준동 나우필름(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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