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 '특검 거부권'논란 심화

입력 2003-03-01 12:07:28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입장 변화 기미를 보임에 따라 정치권에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특검법 행사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한나라당의 반발을 불러와 정권 출범초부터 야당과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되고, 행사하지 않을 경우 김대중 대통령측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민주당 구주류의 반발로 당이 분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의 국회통과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한 데 대해 송경희 대변인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존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28일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의 논의 진행방향과 여론추이 등을 봐가며 검토할 것이며, 현재로선 거부권 행사를 할지, 안할지 등 제반사항을 검토하고 있을 뿐 아직 분명한 입장을 결정한 게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같은 입장변화는 특검법안이 국익이나 남북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거부권 행사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결정을 거부하는 것이란 점에서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것이 노 대통령의 심경임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박관용 국회의장의 사퇴까지 추진했으나 야당의 '수'에 밀려 수포로 돌아간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의신청)만큼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일부 구주류측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발언을 존중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야당 뜻만을 존중한다는 것이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거부권 행사 관철을 위해 다각적인 압박에 나섰다.

정균환 총무는 28일 의원총회에서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설명한 뒤, "한나라당 일당 독재를 견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범구·김경천 의원 등은 "거대 야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물리적 행사밖에 없지만 어려운 시국이라 역풍이 일 수 있어 실력행사가 아닌 대통령의 재의신청이 합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주류측도 거부권 행사방안에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호웅 의원은 "특검은 남북관계와 국민복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거부권을 행사해 막아야 한다"고 말했고, 이해찬 의원도 "이번에 한나라당의 놀음에 말려들면 5년간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한나라당은 1일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검법 거부권 행사 논란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또 지난달 26일 민주당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단독 처리된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의 비난이 거세자 "이성을 잃은 궤변으로 음해하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규택 원내총무는 "민주당이 신·구주류간 갈등과 대립으로 신정부의 발목을 잡는 작태를 은폐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면서 "민주당도 거부권 운운하는 이성잃은 한심한 작태를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특히 "야당과 언론 등의 수사촉구에도 불구, 수사 유보결정까지 내린 검찰이 이제와서 뒤늦게 수사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여권과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도 "수사착수도 하기 전에 대통령 거부권 운운하며 특검 발목부터 잡겠다는 발상은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저버리는 배신행위이며 반의회주의적 발상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