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현장을 '안전 순교지'로 만들어 끊임 없이 반복되는 대참사 재발의 고리를 끊을 칼날로 삼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광주가 민주화 성지로 부활했듯 대구를 안전의 순교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갖가지 대참사가 잇따르고도 이를 잊지 않도록 할만한 '순교 기념물'이 제대로 마련된 바 없다.
대구 중앙로역 참사 현장을 찾았던 한 시민은 "불에 탄 안경, 머리카락, 바지 등 유류품 등을 그대로 보존해 후대 사람들에게까지 안전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도록 안전 순교 기념관을 만들자고 했다.
시민 이재언(29.대구 율하동)씨는 "이번 참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학생은 물론 전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사고 현장을 성지화하고, 이를 계기로 대구가 '안전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사고를 당한 전동차를 지하철 현장에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도 했으며, 중앙로역 지하 2, 3층 일부 시설을 훼손된 그대로 영구 보존함으로써 당시의 참상을 환기토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 시민(45)은 "지금까지는 상인동 폭발 등 대참사를 겪고도 그저 기념물이나 하나 세우고 마는 데 그쳤다"며, "사고 현장을 성지화하는 것은 죽은 영령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일일 뿐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의 안전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대구시민들이 주체를 구성해 '순교 기념광장' 같은 것을 만드는 일을 시급히 주도케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혀 나가고 있다. 대구 YMCA 김경민 관장은 "광주가 망월동 5.18 묘지를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승화시킨 것처럼 이번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도 안전의 성지로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 미국의 사례
2001년 9.11 테러로 붕괴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터 재개발 계획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확정됐다.
국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독일 '다니엘 리베스킨드' 건축설계사무소의 작품. 전체 높이 541m(1천776피트, 미국이 독립한 1776년을 기념)의 첨탑과 기하하적 구조의 빌딩군 건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쌍둥이빌딩은 흔적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새로 지어질 빌딩에는 3천명에 이르는 무고한 희생자를 기리는 유적들이 고스란히 자리토록 계획됐다.
쌍둥이빌딩 건설 당시 땅파기 공사 중 허드슨 강물 유입을 막기 위해 지어졌던 지하 방호벽은 새 건물에서 추모 구역으로 변하게 됐다. 9.11테러 후에까지 강물 유입을 막아 줬다는 의미로 '욕조'(bathtub)로 불리는 이 구역에서 희생자들의 유해가 가장 많이 발굴됐기 때문. 그래서 재건축 과정에서도 시민들은 추모 공간으로 보전되기를 희망했고, 리베스킨드 안도 이를 받아들여 선정됐다.
특히 새 건물은 추모 정신을 극대화하기 위해 햇빛의 각도를 꼼꼼히 계산, 매년 9월11일 오전 8시46분(첫 건물이 비행기 공격을 받은 시간)과 오전 10시28분(두번째 빌딩이 무너진 시간) 사이에는 추모 구역에 그림자가 전혀 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관이 포함된 새 건물은 현재 세계 최고인 말레시아의 페트로나스 쌍둥이빌딩(444.9m)를 능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될 전망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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