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면회소' 4월 착공

입력 2003-01-23 17:08:56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가 오는 4월 착공된다. 또 6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내달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동안 남북 이산가족 각 100명이 금강산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가운데 치러진다. 남북 대표단은 22일 금강산 해금강호텔에서 열린 적십자회담 3차 실무접촉에서 이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5개항의 합의서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 타결에 따라 건설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던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개설 작업이 본격화할 수 있게 됐으며 지난해 9월 이후 중단상태에 있던 이산상봉도 5개월여 만에 재개되게 됐다.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금강산 지역인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鳥包)마을에 면회소를 착공, 1년 내에 완공키로 하고 내달 10일 남북 공동의 '금강산면회소 건설추진단'(각 10명 정도) 첫 회의를 금강산에서 갖기로 했다.

이산가족 면회소는 이산가족과 진행 요원 등 1천 명 정도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건설하되 상봉장과 객실, 회의실 등을 갖춘 종합센터 형태로 건설하기로 했으며 이번 3차 접촉 최대 쟁점이었던 면회소 규모는 양측 건설 실무자들이 공동으로 설계사업을 추진하면서 협의.확정키로 했다.

또 6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내달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실시하되 남북한 이산가족 각 100명이 순차적으로 방문해 상대측 가족과 만나는 기존 방식을 따르도록 했다. 양측은 면회소 완공 전이라도 상봉을 지속한다는 데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하지만 전쟁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주소 확인 문제와 이산가족 생사.주소확인 및 서신교환 확대 문제 등은 6차 이산 상봉과 면회소 건설 착공식 후에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또 적십자회담 4차 실무접촉은 4월말에 금강산에서 갖기로 했다. 북측은 애초 상봉시기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2월25일)과 겹치도록 내달 23일부터 28일 사이에 치르자고 주장했지만 남측은 "현 정부 임기 내에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측 이병웅 수석대표는 종결발언을 통해 "면회소 착공 등 합의는 다행스럽지만 6.25 당시 실종자의 생사.주소확인 문제와 서신교환 등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측 리금철 단장은 "민족의 큰 관심사인 금강산 면회소 건설을 본격적으로 다 그쳐 나갈 수 있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앞서 남북한은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금강산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졌지만 면회소 규모와 관련, 남측이 1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연건평 7천500㎡(2천300여평) 규모로 짓자고 제안한 데 비해 북측은 7만㎡(2만2천평) 규모를 요구하는 바람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병웅(李柄雄) 수석대표 등 남측 대표단과 취재진 등 26명은 22일 오후 설봉호편으로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 해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북한이 금강산에서 열린 제 3차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내달 6차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면회소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이산가족 교류를 정례화.제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으며 궁극적으로는 남북관계 진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날부터 평양에서 시작된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실무협의회는 물론 조만간 열릴 남북간 군사당국자회담의 전망도 밝게 하고 있다.

면회소의 경우 지난 2000년6월 제 1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한 이후 2년7개월만에 "오는 4월 착공식을 갖고 1년이내 완공한다"는 등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매듭짓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회담 마지막날인 22일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끝에 면회소의 규모 등 구체적인 쟁점사안은 피해감으로써 극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없지않다.

남북한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 때만해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기존의 입장만 재확인하는 등 팽팽히 맞서자 수석대표간 접촉을 세차례나 가지며 막판까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진통을 거듭했던 것이다. 때문에 합의문은 양측간 입장을 절충한 성격이 짙다. 게다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의식한 듯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북핵문제에 대해선 남측에서조차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북측으로서도 핵문제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수세로 몰리고 있는 상황인만큼 남측과의 관계진전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했을 수 있다. 면회소 문제와 관련, 북측은 남측이 제시했던 1천명수용 규모를 받아들였다. 대신 남측은 상봉장은 물론 각종 회담도 개최할 수 있는 종합 건물로 건설하자는 북측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선 앞으로 양측 건설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협의를 거쳐 확정짓는 식으로 미뤄놨다. 이에 앞서 남측은 면회소로만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아래 1천명을 수용하기 위해 7천5백㎡정도면 된다는 주장이었으나 북측은 종합센터인 만큼 7만㎡는 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던 것이다. 결국 논란의 불씨를 계속 남겨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면회소 운영문제 등의 협의과정에서 또 다른 쟁점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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