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입 5만~8만원-도우미의 세계

입력 2003-01-17 11:39:59

◇대구에 500여명 =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에 도우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 건설업 호황 때였다.

모델하우스에서의 설명·홍보를 위해 이들을 기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 후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도우미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역내 도우미도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는 도우미 에이전시(회사)는 30여개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사업자 신고·등록을 한 업체는 ㅁ사·ㄷ사·ㅅ사 등 5개 정도. 또 전체 활동 도우미는 500여명 정도로, 에이전시·이벤트사에 전속되거나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

이들 도우미는 처음 등장 때만 해도 홍보성 눈요깃거리 정도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고학력화·전문화 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초기엔 고졸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거의가 전문대 출신 이상 학력 소지자라는 것. 또 이들의 활동도 가게 개업식이나 모델하우스 등 간단한 일에서 국제회의·모터쇼 의전·통역 등으로 전문화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구에서는 올해 U대회 등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고 전시컨벤션센터에서도 많은 행사가 계획돼 있어 도우미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어떻게 활동하나 = 도우미 경력 5년째라는 신현빈(25·여)씨는 자신이 도우미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희소성때문에 일거리가 많고 수입도 하루 15만원 정도로 괜찮았지만 지금은 도우미가 늘고 경기도 위축돼 신통찮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요즘 일거리가 가장 많은 분야는 '컴패니언 도우미' 쪽이라고 했다.

이는 통신·IT기기 행사장 등에서 안내를 맡거나 제품 설명을 담당하는 전문요원. '모델월드' 이병주(42) 사장은 "컴패니언 도우미는 화술·순발력을 갖춰야 하고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상냥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몇시간 동안 서서 사람들을 대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나는 경우가 있기때문이라는 것. 도우미 정혜진(23)씨는 "로드행사(거리홍보)를 맡게 되면 보통 하루 7시간쯤 일한다"며 "장시간 서 있다 보면 다리가 붓는 등 많이 피로해진다"고 했다.

다음으로 도우미들이 많이 활동하는 분야는 내레이터 모델.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행사를 홍보하는 도우미를 떠올리면 된다.

최근엔 신생 유통업체들이 일년 단위로 계약해 도우미를 주차·엘리베이터 안내원으로도 활동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도우미 수입은 대체로 하루 5만~8만원 수준이나 국제회의·모터쇼 때는 최고 40만원까지 받는다고 했다.

도우미들은 비수기인 겨울철엔 일감이 거의 없어 다른 부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또 25세가 넘으면 도우미로서는 '할머니' 대접을 받아 장기적으로는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도 애로점이라는 것. 2년차인 홍혜연(22)씨는 "생각만큼 수입이 많잖고 안정성도 보장되지 않아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다"며 "아직은 학생이어서 조금 더 일해 보고 다른 분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도우미들은 젊은 시절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는 경력이 3, 4년 되면 쇼핑호스트나 텔레마케팅 분야로 전직도 한다는 것. 동양오리온즈 농구팀 치어리더단 '레크맨'의 김순희(25·여)씨도 내레이터 모델 활동을 했던 경우. 김씨는 "지금이 도우미 때보다 훨씬 일하기 좋고 주위 시각도 괜찮다"고 했다.

◇전문 양성기관 필요 = 도우미 업계는 광고·포스터·인터넷·e메일 등을 이용해 도우미를 모집하고 있다.

특별한 조건은 없지만 깨끗하고 호감 가는 외모를 갖춘 사람이 선호되고 대체로는 25세 이하 키 1백68㎝ 전후가 적당하다는 것.

그러나 외모보다는 성실성이 더 중요한 조건이라고 업계 종사자들은 전했다.

또 건강·체력도 중요한 조건. 장시간 서서 일할 때가 많기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지식·교양은 물론 외국어 능력까지 요구되는 추세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문제는 이런 요구에 맞춰 훈련시킬 도우미 학원이 대구에는 없다는 것. 그때문에 직업으로보다는 학생의 아르바이트성 도우미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삼성라이온즈·동양오리온즈 치어리더단 '레크맨' 운영사인 (주)놀레벤트 조정환 사장은 "국제행사 등 각종 전문행사를 치를 때 통역 등 전문성을 갖춘 도우미를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했다.

현재는 도우미 교육을 거의가 에이전시 자체에서 2, 3개월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내레이션·고객만족법·화장법·걸음걸이·춤·행사매너 등이 교육 내용. 팀장으로서 후배들 교육을 맡고 있다는 신현빈(25·여)씨는 "역내에 도우미 교육 전문 학원이 없다보니 대부분 경력자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며, 경력 3년 이상은 돼야 팀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도우미업계 일부에서는 무자격 에이전시로 인해 도우미 전체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일부 도우미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채 무작정 뛰어들어 고객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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