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빨리빨리

입력 2003-01-09 20:37:10

올해로 한국에 온 지도 4년이다.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 초콜릿하나 살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인 친구를 사귀면서부터 문화와 말을 익히고 배울 수 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한국인은 내성적인 면이 있어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꺼리는 편이다.

대구같이 보수적인 곳에서 나처럼 흑인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킬킬거리고, "너무 새까맣다"고 수군댄다.

하지만 이런 일들로 한국인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들과 친구가 돼 대화하고 생활해보면 진정 그들을 알 수 있다.

한국사람이 얼마나 정이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따뜻한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

학교생활 동안 나는 한국사람들이 또 윗사람에 대해 아주 깍듯하고 예의바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단점도 있다.

가족애가 탄탄해서인지 어떤 한국친구들은 겉은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어린애처럼 보일 때도 있다.

모든 결정권이 부모님에게 있거나, 부모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인들의 성실성이었다.

직장인들은 해가 떠서 밤늦도록 일을 한다.

청소를 하시는 아줌마들조차 자기일에 열심이다.

나는 그제야 선진국들이 60년을 걸려 일궈낸 발전을 한국은 30년만에 해냈다는 사실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관이 촉매가 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불어넣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문화를 자랑하는 한국이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빨리 서구문화식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은 그들만의 문화를 버리고 서구의 것들로 대체시키고 있는데, 문제는 나쁜 점까지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전에 존경받던 선생님의 위상은 온데간데 없고, 한국인이 그처럼 사랑하는 김치조차 햄버거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10년 후 쯤 위대한 한국의 문화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바카리(bakary·28·코스타리카·계명대 경영학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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