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영화속 첫 등장 꼭 20년

입력 2003-01-08 15:56:58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던 '인간복제'가 현실화됐다.

영화는 훨씬 일찍부터 인간복제의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인간이 창조주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러나 영화는 인간복제는 신의 섭리에 반한 '재앙'이라는 우울한 예견이 지배적이다.

영화속 '피조물'들은 복제로 인해 파멸에 가까운 갈등을 겪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인간복제영화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는 '블레이드 러너(1982년)'이후 꼭 20년. 영화적 상상력은 현실화됐다.

인간복제는 어른들이 꿈꾸는 '잔혹동화'가 아닐까.

인간복제에 관한 영화의 고전은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 리플리칸트(복제인간)가 지배하는 우울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E.T'와 같은 해 개봉, 흥행에선 참패했다.

인간과 똑같지만 수명이 4년으로 제한된 복제인간들은 창조주인 인간에게 반기를 든다.

영화는 주인공 해리슨 포드와 룻거 하우어의 추격전이 뼈대를 이룬다.

그러나 '왜 저를 이렇게 만드셨나요?'라며 항거하는 복제인간의 절규는 현대인이 안고있는 오이디푸스적 콤플렉스의 철학을 담고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토탈리콜'은 인간복제의 실패를 보여준다.

불량판정을 받고 화성 한 켠에 유배된 실패한 복제인간들의 고통은 창조주인 인간이 져야 할 몫인지도 모른다.

에단호크.우마서먼 주연의 영화 '가타카'는 인간복제를 보다 과학적으로 다루고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완벽한 아이를 탄생시킬 수 있는 미래사회. 주인공은 열성인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인 낙오자가 된다.

결국 그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소원이던 우주비행사가 되지만, 지구에는 여전히 인간복제의 신음이 남아있다.

'닥터모로의 D.N.A'는 인간복제로 신을 자처하는 인간의 착각이 빚는 비극을 우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광적인 과학자로 분한 마론 브란도는 인간과 동물의 DNA를 결합한 '잡종인간'을 창조해 아버지로 불리지만, 결국 '아들들'로부터 존속살해당하는 종말을 맞는다.

'6번째 날'은 인간복제를 배경으로 하지만 활극에 가깝다.

인간복제가 금기시된 미래. 전투기 조종사인 아담깁슨(아널드 슈워제네거 분)은 자신의 복제인간과 함께 음모를 풀어가지만, 최후의 순간에 바로 자신이 복제품임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A.I'는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함을 비치고 있지만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동화적인 상상력이 스크린을 메운 작품. "옛날 아주 먼 옛날 인간이 되고 싶어한 아이 사이보그가 있었단다…". 인간대용으로 구입된 소년 로봇은 엄마로부터 버림을 당한다.

인간이 되면 엄마에게 사랑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 '아이'는 진짜 인간이 되는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난다.

아이는 홀로그램으로 만든 엄마의 따뜻한 품에서 눈을 감는다.

지난 1998년 '누가 인간복제를 두려워하는가'는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된 인간복제를 인간의 합리성과 진보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깔고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인간복제에 대한 불신은 "공상과학영화의 이미지에 근거한 그릇된 믿음"으로 치부했다.

결국 자신을 복제하는 선택권은 인간 자신에게 주어져있다.

과학이 부여한 창조의 전능을 인간은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까. 적어도 영화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영화는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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