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상품화 된 동심

입력 2003-01-04 12:34:15

요즘 아이들은 이것저것 참 많이도 배우고 바쁘다.

놀이터에서 자신이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는지 자랑하며, 친구와 비교해서 우월함을 과시하고는 금방 한숨을 쉬는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방학을 맞아 문화체험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해외문화 탐방, 어학 연수, 예능취미교실은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경험이 경쟁력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엇이든 능력만 되면 아낌없이 퍼주는 교육방식이 아이들을 여럿 망치고 있다.

외할머니 댁에 가서 군밤을 구워먹었던 이야기, 개울가에서 얼음지친 얘기보다 문화유적지를 답사하고 스키 캠프를 참가했다는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더 멋진 경험으로 여겨지고 있다.

방학이 끝나고 나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상처받고 용기를 잃을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의 동심마저 상품화되어가고, 돈이 없으면 부모 노릇도 못해내는 시대가 되어버린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계미년 새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부모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자녀교육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에 공감하며 자녀와의 거리 두기를 통해 독립심을 키워내는 부모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은 철저히 준비되어야 하며, 부모의 자격은 분명히 까다로워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활기찬 모습으로 자녀들에게 열정과 사랑으로 다가가는 부모의 모습,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진 사람으로 좋은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

혹시, 용돈을 많이 주고,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들어주는 것으로 부모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부모가 나의 모습이 아닌가 반성해 볼 일이다.

운전면허증이 있어도 운전을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아이들의 팬이 되려면 진정으로 사랑을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는 부모가 돼야 할 것이다.

영화 "집으로"에 나오는 할머니의 교훈을 우리 아이들에게 느끼게 하여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감동하고 스스로 깨우쳐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교육 말이다.

가슴이 따뜻한 아이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정명란 아름다운성만들기센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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