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改憲논의 급물살

입력 2002-12-27 12:16:00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6일 2006년내 개헌론 매듭을 언급하고 한나라당에서도 26일 개헌론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정치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개헌을 2004년 총선 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차기 정권의 대통령 임기 단축문제와도 맞물릴 수 있어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26일 경기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에서 "오는 2004년 17대총선 후인 집권 2기에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에 준하는 운영을 하겠다"며 "2006년부터 개헌논의를 시작해야 하지만 순수 대통령제, 내각제, 분권형대통령제중 어느 것을 택할 지는 국민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취임후 17대 총선까지의 집권 1기에는 개혁 대통령과 안정 총리.내각이 조화를 이루고 의원 입각을 최소화하거나 배제하는 순수 대통령제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천안연수원에서 이날 열린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선 김용균 의원이 "행정수반이 무능하건 부패하건 5년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현행 헌법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하며 내각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있다"며 "이를 위해 헌법과 통치구조 개혁을 위한 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박승국 의원도 "비대위를 조속히 구성, 국민적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정치모델로 내각제를 담은 정강.정책을 마련한 뒤 당원들의 합의를 토대로 차기 총선전 개헌을 추진하자"며 "개헌에 대해선 이회창 후보는 물론 노 당선자도 이미 약속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박종근 의원도 "심화되고 있는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선 대통령제로는 어렵다"며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 개헌추진 의미와 전망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6일 민주당 당직자 연수회에서 "국정 제1기 기간인 차기 총선이전까지 순수 대통령제에 가까운 정국 운영을하겠다"며 "국정 제2기인 총선 이후부터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국정을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차례 밝혔듯 프랑스식 동거정부 형태인 '책임 총리제'를 도입, 2004년 총선결과 다수당에게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노 당선자의 의중은 개헌 문제에 쏠려 있었다. "오는 2006년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 2007년에 들어가기 전까지 논의를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대통령제가 채택된다면 선거준비 기간이 1년 가량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개헌 형태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 놓았다.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노 당선자가 "분권형 정부조직을 운영하다 그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개헌 논의결과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이라며 전제를 깐 대목에서 보듯 개헌논의 형식은 아무래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추진에 있다는 해석을 낳을 소지가 다분했다.

특히 지역주의 극복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역구도를 깨주면 그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양보할 생각이 있다"며 거듭 분권형 개헌구상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실 개헌론과 관련한 노 당선자의 구상은 대선 기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공약의 형태로 드러난 바 있다. 대통령이 국방.외교.통일 등 외치(外治)를 맡고 국무총리는 행정 등 내치(內治)를 책임지는 이원집정제와 가까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지난달 2004년 총선 때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정몽준 대표와의 공조파기가 분명해진 이상 노 당선자는 자신의 국정운영 방향에 따라 주도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경우에 따라 개헌논의가 빨라질 수도 있고 국민여론에 따라 속도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에 대한 선호 만큼은 노 당선자가 고수할 가능성이 큰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분권형 개헌을 통치 차원에서 자의적 추진키 보다 국민논의 라는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은 분명하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 내각제 개헌론 제기 배경

26일 열린 한나라당의 원내.외위원장 연찬회에서 제기된 내각제 추진론은 민주당의 당세확장 움직임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일부 의원들에 의해 제기된 내각제안은 대선패배 이후 당내에서 비공식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직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당내 대부분 의원들이 지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실 내각제개헌은 정치권의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는 현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제 1당이란 강점을 최대한 활용, 여권에 맞대응할 수있는 카드가 될 수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지역간 갈등 해소' 혹은 '국민 화합'과도 접목시킬 수있는 명분이 있으며 제왕적 대통령제로 지칭되는 현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론까지 흡수할 수있는 것이다.

물론 대선패배이후 심화되고 있는 당내 갈등을 진정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내각제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자민련이 가세할 수있으며 민주당의 개혁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일부 의원들까지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원내 의석을 보더라도 개헌을 추진하는 게 어렵지만은 않다. 총 273석중 개헌을 위한 의석수는 3분의 2인 182석이며 이중 한나라당이 151석이나 갖고 있어 추가로 31석만 보태면 되는 것이다.

이때문인듯 개헌 완료시기도 현 국회 임기중인 2004년4월 총선전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개헌후 총선을 통해 원내 1당의 위상을 고수할 경우 집권당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즉 대선패배로 실패한 정권교체를 총선을 통해 실현시키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이 가시화될 경우 차기 정권의 임기를 1년2개월정도로 대폭 단축시킬 수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논란을 초래할 개연성도 있다.

또한 당내 개혁.소장파 의원들중 일부가 자민련 등과의 연대에 반발, 탈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개헌론 제기에는 또한 차기 대선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당내에는 이회창 후보를 대신할 경쟁력 있는 주자를 내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않은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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