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농지문제 신중히 다뤄야

입력 2002-12-26 00:00:00

정부가 농어촌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중장기 대책은 쌀 개방화에 대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는 간다. 2004년 WTO 협상에서 쌀 관세화유예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같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농촌 구조조정을 돕기위해 농촌도 워크아웃제를 도입 한다든지 오지.벽지 교사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하고 쌀의 공급 과잉을 막기위해 쌀 재배 면적을 대폭 줄이는 것은 바라는 바고 어쩔 수 없는 조치다. 그러나 농지거래를 다양하게 해 도시민들도 농지 확보를 용이하도록 한 농지 정책은 정부가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 된다. 농업은 경쟁력 확보를 전제로 하는 정책 이어야 하는 데 이번 농어촌 특위가 마련한 농지 정책은 탈 농업 등 농업포기를 통해 농촌문제를 풀려고 했다는 인상을 진하게 풍기고 있다. 우리 농지는 지금도 44%가 임차농이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 부모가 사망할 때 도시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상속농지가 대부분이다. 여기다 정부가 농지거래 규제를 대폭 풀 경우 순수 농민이 소유하는 농지는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도시민들이 농지를 갖는다는 것은 현행법상 상속이 아니면 300평 이하만 가질 수 있어 농지를 대규모화 하지 못하고 계속 분할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우려가 짙다. 이같이 임차농이 늘고 농지가 소규모화 하면 농업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기 땅에 농사를 지어도 적자인 판에 돈을 주고 빌려쓴 땅에 어떻게 경쟁력을 바라겠는가. 또 농업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농업도 대규모, 기계화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임대농지는 소유자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농지 관리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결국 도시민들이 소유한 소규모 농지는 딴 용도로 난개발되거나 피폐할 공산이 크다.

농지는 농민이 소유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대규모화 해야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 그러나 현재 농가 수익으로 농민이 농지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정부는 이를 도시민들에게 팔려고만 하지말고 정부가 사들여 농지 신탁이나 농지은행을 통해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에게 장기 저리 임대하는 소위 소유와 경작권을 분리하는 '중국식' 농지정책도 고려 해볼만하다. 그래서 경작권은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면 경쟁력도 갖춰질 수 있을 것이다. 3공시절 7번이나 농지개혁을 시도해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농지는 한번 훼손되면 회귀하기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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