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임기간 주가변화

입력 2002-12-23 15:19:00

증권가 속설로 '삼등이락'(三登二落)이란 말이 있다. 5년 단임제가 시작된 88년 노태우 정권 이후 국내 증시는 집권 전반 3년간 오르고 후반 2년간 내리는 패턴이 되풀이되어왔다는 이야기다.

물론 3년과 2년이라는 수치 자체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증시는 88년 이후 새 대통령 집권 초반 주가가 오르고 후반 침체양상을 보이는 패턴을 보여 왔다. 국민은행 경영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13대 노태우 대통령(당선일 87년12월17일) 선거시점에 지수가 491.47였다가 1년10개월 후 927.69까지 올랐으나 2년10개월후(653.96)와 4년10개월후(526.45)에는 하락세가 지속됐다.

14대 김영삼 대통령(당선일 92년12월19일) 재임기에는 선거시점 663.31이던 지수가 1년10개월후 1,094.76, 2년10개월후 1,000.22으로 두 차례 고점을 찍은 뒤 급락하면서 4년10개월후엔 565.64를 기록했다.

또한 15대 김대중 대통령(당선일 97년12월1일) 임기중엔 선거시점 397.02였던 지수가 1년10개월 후 811.44로 치솟았다가 내리기 시작해 2년10개월후에 515.04까지 추락했지만 4년10개월 후엔 652.67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교보증권 자료에서도 88년 노태우 정부와 93년 김영삼 정부의 1년차의 지수 상승률은 각각 39.6%, 40.3%였다. 98년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외환위기 여파로 집권 1년차에는 3.3% 하락했지만 2년차에는 73.2%의 급등세를 보였다.

집권 초기의 주가 상승이 반복된 것은 전 정권 말기 하락 장세에 따른 자연 반등과 함께 새 정부의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임기 후반기의 증시 하락은 '레임덕' 현상과 다음 정권의 경제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관망하자'는 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증시가 새 정부 1, 2년차에 강세를 보인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집권 3년차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미국증시 대형주 지수인 S&P500 지수를 보면 69년 닉슨 대통령 취임 이후 6명의 대통령 집권 3년차에 평균 17.18%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4년 중임제인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재당선을 겨냥해 재임 3년차에 강한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대선 전후로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내년도 증시 전망은 밝은 편이다.20일 동원증권은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와 신정부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 등이 향후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우증권도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국가 구조 전반의 개혁 작업이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며 "내년 증시가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대세 상승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증권은 "대통령 당선자 확정에 따른 대선 불확실성 해소가 주가 상승을 담보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대선 직후 주가 상승을 매도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대선 후 중장기 전망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고수하고 있지만 단기 흐름은 횡보국면의 연장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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