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주차난 대책 허·실

입력 2002-12-17 15:25:00

물론 주차난과 도시 마비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런만큼 갖가지 논의와 시도도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오랜 세월만 낭비했을 뿐 결국엔 도시 마비라는 공멸의 결과만 초래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 논의의 특징은 '주차장 많이 확보하기'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공영주차장을 많이 확보하고 개인들도 각자의 주차장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 그러나 대구시의 공영주차장 늘리기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 있는 49만7천여면의 전체 주차면수 중 공영 주차면수는 4.7%인 2만3천400여면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그 비중이 15%에 이른다. 그런데도 IMF사태 이후 세수가 감소하자 8개 구군청 중 6개 구군청이 주차장 특별회계를 폐지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대구시내에 새로 만들어진 공영주차장은 수성구·서구·북구 각 1개씩뿐이다. 이 사업은 불법주정차 과태료 수입금으로 공영주차장을 만드는 것이다.

내년부터 다시 특별회계를 운영키로 한 북구청 지역교통과 김창조 과장은 "특별회계를 다시 만들어도 연간 예산이 10억원에 불과해 주차장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차장 1면을 만드는데 3천500만원이나 들어 10억원으로는 별효과가 없다는 것.

이미 만들어진 공영주차장 중에서도 계획자체가 잘못돼 돈만 날린 경우도 적잖다. 1991~94년 사이 지산·범물·상인·시지에 만들어진 합계 650면 크기의 4개 공영 지하주차장은 수요 예측 잘못과 부실 공사로 10여년이 지나도록 버려져 있다. 시는 올해부터 24억6천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보수, 내년 안에 개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미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구청들도 학교 운동장 개방 등을 통해 주차장을 늘리려 애쓰고 있다. 중구청 지역교통과에서 전문직으로 근무하는 공창환 교통공학 박사는 "대구백화점·대백프라자 등을 야간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고, 서구청 지역교통과 이동국 과장은 "한달 전에도 역내 31개 학교에 운동장 개방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장은 개방 요청이 학교들에 의해 모두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이런 일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도됐으나 운전자들이 운동장에 오물을 마구 버리거나 차를 수업시간까지 계속 세워두는 부작용이 크기때문이라는 것이다대구시는 개인들의 주차장 늘리기 방안도 여러가지 추진하고 있다.

일년 전부터는 '내집 주차장 갖기 운동'을 벌여 주차장 설치 비용의 80% 범위 내에서 최다 150만원까지 무상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일년간 신청은 93건에 불과하고 설치된 것은 57건이 고작이다. 내년부터 홍보를 더 해 매년 설치 건수를 200건으로 늘리고 지원액도 200만원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내년 3월부터는 대명 2·8동에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범 도입하려 시도 중이고, 집단주택 주차장 확보 기준을 대폭 높이는 조례 개정도 추진 중이다. 연내에 다가구·다세대 주택 가구당 기준을 0.7대에서 1대로 늘리고, 아파트 등은 면적 기준으로 100㎡당 1대로 하던 것을 가구당 1대 이상으로 의무화한다는 것. 위락시설, 문화·집회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에 대해서도 부설 주차장 면적 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은 단순한 주차장 늘리기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영남대 토목도시환경공학부 김갑수 교수는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실시해도 주차공간 부족 문제는 반드시 생겨나게 돼 있다"며, 성공하려면 해당 지역내의 공공건물·운동장·유휴지 활용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영남대 같은 학부 김대웅 교수는 "차고지 증명제 실시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시민 반발이 만만찮겠지만 자투리땅을 최대한 활용하고 내집 주차장 갖기 운동을 활성화하면 조기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문제는 행정기관의 의지 부족"이라고 찔렀다.

북구청 지역교통과 전문직 정광수 교통공학 박사도 "차고지 증명제는 이미 1997년에 거의 입법단계까지 갔다가 IMF사태로 도입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이 제도는 차 구입 의욕을 절반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입법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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