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선박 나포'파문 북-미 핵대치 심화

입력 2002-12-11 14:54:00

미국 해군이 스커드 미사일 10여기를 싣고 예멘 인근 인도양을 항해중이던 북한 화물선을 나포했다는 외신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북한 선박 나포는 유례가 없는 일로, 미사일 수출봉쇄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될 경우 북미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특히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파문에 이어 미사일 선적 북한 화물선이 나포됨으로써 일각에선 냉각되던 북미관계가 돌아오기 어려운 한계선(red line)을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에 대한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버리지 않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불신이 더욱 심화되면서 북한도 미국의 화물선 나포에 강력 반발, 한반도 주변에 정면 대치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런 우려섞인 관측의 골자.

북미간에 말로만 계속되던 공방을 넘어서 본격적인 실력행사 국면으로 발전할 수 있고, 북미간 장군멍군식 상호조치가 핵개발계획 시인 이후 불안한 안정을유지하던 한반도 안보정세를 일거에 급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내 대북 '매파'가 '비둘기파'를 누르고 주도권을 확보, 대북 강경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부시 행정부는 특히 핵파문에 따른 대북 중유 제공 중단 조치 이외에 추가조치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고, 핵개발을 저지시키고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기 위한다단계 대북조치의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미국의 '우려국가'에 미사일 수출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이 최종 판명될 경우 9?1 사태 이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민감한 미국내 여론을 자극함으로써 미국 대북조치의 한계를 섣불리 점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외교조치에서 벗어나 경제제재 강화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의 반응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극단적인 대북 봉쇄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북한선박의 나포에 대비해 미국이 이미 이 배가 북한을 출항할 때부터 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해 온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이 사건이 단순 일회성 파문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1일 "화약을 지고 불속에 뛰어든 꼴이 됐다"면서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북한이 당장 이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수출 자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채 당분간 반응을 미루면서 미국의 움직임과 국제여론의 추이 등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부인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미사일 수출은 무역"이라는 주장하에 선박나포를 "주권침해"로 비난하면서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이 경우 북한은 핵파문 이후 그동안 유지해왔던 핵동결 파기 또는 미사일 실험발사 재개 등 극단적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없지않다.북한이 이같은 식으로 반발해 올 경우 이 사태는 핵개발 파문과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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