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 지역별 판세분석(2)

입력 2002-12-10 12:11:00

◈ 호남 판세

대선을 9일 앞둔 호남은 겉모양만 봐서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다른 한편으론 호남지역민들은 상당히 긴장해 있는 눈치다. 호남이 노무현 돌풍과 후보단일화의 진앙지였던 까닭인지 주민들은 이번 대선의 승부처가 될 부산이나 충청권·수도권의 향배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택시 기사 김충식(40.광주시 동구 계림동)씨는 "부산이나 충청도의 민심이 요즘 노무현 후보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하더라는 승객들이 많다"며 "이쪽이야 선거 끝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민주당의 선거운동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민주당 소속 일부 광주·전남 출신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호남에서의 선거운동보다는 부산이나 경남에서 지지도가 올라야 승리한다며 '원정 지원유세'를 나가는 경우가 잦다.

한편에선 투표참가 캠페인을 병행하는 지구당들도 늘고 있다. 전체유권자의 9%(395만명)에 불과하지만 유효 투표의 70~80%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 아래 타 지역 지원유세보다는 투표율 제고가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렇다고 해서 호남 전체가 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에게 '묻지마 투표'를 했던 것처럼 노무현 후보에게만 편향돼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광주남구 지구당의 경우 최근 일주일 새에 2천여 시민들로부터 입당원서를 받았을 정도로, 대 한나라당 거부감이 크게 희석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이회창 후보가 광주서석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담양이 외가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최소 10% 득표를 목표로 뛰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도 TV토론직후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상승곡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자동차 직원 이모(34)씨는 "노조원들 사이에 권영길 후보와 노무현 후보를 놓고 갈등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金柱正기자 jjnews@kwangju.co.kr

◈ 강원

 한나라당과 민주당 강원도지부는 '12·19 대선'이 양강구도로 펼쳐짐에 따라 서로 우위를 주장하면서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들고 있지만 특정후보의 지지세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등 박빙의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양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나라당 강원도지부는 당초 도내 득표율을 유효투표의 55%에서 60%로 상향조정하고 도내 전역에서 지구당위원장을 중심으로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 도지부는 군소후보들이 유효투표의 5%를 획득할 경우를 가정해 나머지 95%를 두고 이회창-노무현 후보가 나눠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60%는 이 후보가 차지하고 나머지 35%는 노 후보 몫으로 봤다.

 민주당 도지부는 한나라당의 이같은 논리를 일축하고 최근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이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전국은물론 강원도에서도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정의 후보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계속돼 당초 목표로 정했던 득표율을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고 지역별 유세전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원도의 민심이 아직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선거가 중반전 이후로 넘어가고 후보들의 2차 TV토론이 끝나면 강원도의 표심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일보=김연식기자〉

◈ 제주

감귤수확 등 지역 여건상 일손이 바빠 대선 바람이 잠잠하던 제주지역에서도 각 당의 선거운동이 가열되면서 대선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제주지역의 표는 전국의 1%에 불과하지만 지역 정서가 희박한데다 역대 대선에서 제주에서의 승자가 최종 승자가 되면서 전국 여론의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때문에 중앙당의 주요 인사가 잇따라 방문해 표심잡기에 나서는가 하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6일 제주를 방문한데 이어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12일쯤 제주를 찾을 예정인 등 인구수와 관계없이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서귀포시 지역이 다소 약세로 분류됐지만 최근 무소속 강상주 시장의 영입을 통해 상당히 분위기가 회복되고 있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도지부는 젊은층에서 다소 약세인 점은 인정하면서 조직강화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로 촉발된 지지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낙관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민주당 도지부는 도내 전역에서 최소 10% 이상 앞선다고 주장하며, 주요 지지층인 젊은층의 투표율 제고에 총력을 쏟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제주지역의 경우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지난 15대 대선때는 전국 평균 80.7%에 못 미치는 77.1%에 그쳤다.

◈ 갈라지는 PK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부산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급변하는 등 '노풍'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은 부산출신 정치권 인사들의 역할이 적지않다.

노 후보에 대한 부산.경남지역의 기류가 변화를 보이면서 상도동계를 비롯한 정치권인사들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노 후보 지지파로 분화되고 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가 급속하게 분화되는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끈다.가장 먼저 노 후보 지지에 나선 것은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노 후보의 부산상고 동문인 신 전 부의장은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노 후보 지원에 나서 노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아 부산민심 돌리기에 앞장섰다.

김정길 전 의원도 신 전 부의장과 함께 일찌감치 부산에서 노 후보 지원에 나섰다. 국민통합 21에 참여한 서석재 전 의원도 최근 노 후보 지지입장을 밝히고 부산에서 노풍 일으키기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과 노 후보 양측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은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에는 입당하지 않고 개인자격으로 노 후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 부산은 물론 대구와 강원도지역 유세에 나서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노 후보측이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제의하자 "DJ가 만든 당에는 입당하지 않겠다"면서도 노 후보 선거운동에는 나서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가 후보확정 직후 상도동을 찾아 시계까지 내보이면서 구애에 나서기도 했던 김 전 대통령은 노 후보 대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적은 이탈했지만 박관용 국회의장이나 박종웅, 김무성, 강삼재, 김동욱 의원 등 한나라당내에는 YS계인사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노 후보를 YS에게 소개하면서 정치입문시킨 것으로 알려진 김광일 전 의원도 이 후보를 선택했다.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이 후보지지를 선언하면서 노 후보가 안되는 이유 10가지를 밝히고 나서기도 했다. 부산시장을 지낸 문정수 전 의원도 한나라당에 입당,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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