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N 가격변동 허용 득보다 실"증권가 부작용 우려

입력 2002-12-03 15:45:00

"이젠 밤에도 주식 때문에 쉴(?) 수가 없다".재정경제부는 내년 1월부터 장외전자거래시장(ECN) 주식 매매에서 상하 5% 가격 변동을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침체된 ECN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는 몰라도 국민들을 밤 시간대에까지 주식투자에 매달리게 하는 역기능을 부를 것이라는 비판이 증권가에 나오고 있다.

2일 재정경제부는 증권거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등 정규시장에서 체결된 가격으로만 주식의 매매가 가능했던 ECN의 매매에 대해 정규시장 종가 대비 상하 5% 범위내에서 30분 단위로 주문을 집중해 체결하는 방식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해 12월27일 개장한 ECN에 가격변동이 허용되지 않음에 따라, 출범 당시의 기대와 달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장으로서의 기능조차 상실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ECN은 올들어 하루 평균 거래량이 196만8천주, 거래금액 47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ECN 측은 가격 변동을 허용해야만 ECN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정부 당국에 꾸준히 이를 요구해 왔다.

ECN 주식매매에 가격변동을 허용한 것에 대해 투자자들에 거래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국민들을 야간시간대에도 주식투자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개인 투자자 정모(43.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투기성이 강하고 전업 데이트레이더가 많은 국내증시에서 ECN 거래에마저 가격변동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ECN을 활성화하자고 국민들을 밤낮으로 주식에 매달리게 만들어야겠냐"고 반문했다.

가격 변동 허용에 따른 불공정 매매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대구지역 모 트레이딩 센터 관계자는 "ECN 거래를 통해 가격을 당겨 놓아 큰 호재가 있는 것처럼 유인한 뒤 정규시장에서 추격매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내던지는 형태의 초단기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ECN 가격변동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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