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시회 안동서 세미나

입력 2002-11-28 14:12:00

샤머니즘은 단순한 무속의 개념을 넘어 예술의 바탕을 이루는 선험적인 시공(時空)으로 자리한다. 특히 샤머니즘은 시적 상상력의 원형적인 모태이기도 하다.

시안시회(회장 이승하)가 안동지례예술촌과 병산서원·하회민속촌에서 '한국 현대시와 샤머니즘'이란 주제로 가진 올가을 문학세미나에서 현대시에 투과된 무속의 프리즘을 탐색했다.

전국에서 온 80여명의 중견 문인들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에서 경기대 김헌선 교수(문학평론가)는 '한국문화와 샤머니즘'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무당의 길은 시인의 길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혼자만의 깊은 절망과 절대 고독 없이는 무당이 될 수 없듯이 시인도 자신의 고독과 절망을 겪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창조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와함께 서정주의 '신부', 조지훈의 '석문', 박목월의 '뻐꾹새' 등의 시를 무속적 심성의 기반이 창작의 원천이 된 작품으로 소개했다.

서울대 신범순 교수(문학평론가)는 '샤머니즘의 근대적 계승과 시학적 양상'이란 주제발표에서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의 드라마들로 이루어진 김소월의 시학적 핵심이 육체와 영혼에 대한 그의 새로운 창조적 변신술에 있다"며 "서정주도 김소월의 무속적 측면을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소월의 시들은 우리의 노랫가락이 본래 지니고 있던 남녀상종적 심혼의 부르짖음 소리와 신령교감적 측면을 분명히 이어받고 있는, 변두리의 타락한 무속이 아니라 한 시대의 운명을 감당하려는 시적 샤먼"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것이야말로 한 단계 진화된 근대적 샤먼의 사유와 상상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안동대 임재해 교수(민속학)도 '무속의 지평과 제의비평'이란 주제의 토론에서 "시인과 예술가들에게는 어느 정도 무당의 '신끼'와 같은 남다른 영성이 있다"며, 자신 또한 작품 속에 내재된 예술가의 '신끼'를 읽어내는 학자무당이라고 했다. 그것은 민중의 심층에 깔린 무속적 원형의 한 본보기이기도 할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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