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증가율 10년새 2배로

입력 2002-11-28 00:00:00

10년새 전국의 자살자가 2배로 증가하고 자살 사망자 증가율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들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다.

대구 경우, 지난 22일 오전 비산동의 한 5평짜리 셋방에서 실직 가장 이모(39)씨가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그 부인(33)은 경찰에서 "남편이 어려서 부모를 여읜 뒤 힘들게 살아 왔고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진술했다.

21일은 아들(7)의 생일이었으며, 이씨는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주위에서 돈 3만원을 빌린 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낮부터 술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21일엔 어머니의 입원비를 마련하지 못한 김모(25.월성동)씨가 매호동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지난 15일엔 우유 배달로 모은 3천7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날렸다는 신모(30)씨가 지산동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지난 6일 범어동에서 발생했던 일가족 엽총 피살도 경찰은 자살 사건으로 결론 내렸으며, 지난 9월엔 40대가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해 부인.아들.딸을 살해한 뒤 내당동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작년의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자 수는 18.46명으로 1991년 9.8명에서 10년새 2배로 증가했다. 이 자살 증가율로는 세계 1위이며, 자살률은 헝가리.핀란드 등에 이은 세계 5위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박사는 "실업난 등 급속한 사회변화로 우울증 등 정신적 장애가 급증하고 그로 인한 자살 증가세가 심각하다"며 "자살은 가족해체 등으로 사회에 또다른 부담을 안기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미국.일본 등은 국가 주도로 네트워크화된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해 자살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조기 발견.치료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24시간 핫라인을 가동해 자살 충동에 빠진 시민들에게 마지막 순간 전화를 걸도록 유도한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관련 안전장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며, 전문 단체래야 수원의 자살예방센터가 전국에 유일하다는 것. 대구 경우 8개 구군 중 서구,수성구만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했으나 그마저 홍보 부족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대구 '생명의 전화' 박혜자 상담과장은 "전문 상담요원이 전무한데다 민간 단체 힘만으로는 자살을 예방하기 어렵다"며 "응급구조.상담.치료가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119.112와 연계된 통합 자살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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